[기획] “모바일 위기, 쇼핑 검색·라인으로 뚫겠다” 네이버의 승부수 통할까

입력 2015-02-03 02:05

네이버가 쇼핑과 모바일 메신저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 모바일 환경으로 급속하게 변하면서 네이버가 가지고 있던 기존 장점들이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쇼핑과 모바일 메신저는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 시장이라 승부수가 통한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최근 모바일 쇼핑 강화를 선언했다. 모바일 쇼핑 검색을 강화하고 간편 결제인 ‘네이버 페이’도 상반기 중으로 적용키로 했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도 아닌 네이버가 쇼핑 강화를 외치는 건 PC에서 하던 게 모바일에선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PC가 인터넷 이용의 주된 경로였을 때 네이버는 무엇을 하든지 거쳐 가는 ‘관문’이었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옥션의 경우 방문고객의 30%가량이 네이버 검색을 통해 유입될 정도였다.

그런데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모바일 쇼핑 비중이 계속 늘면서 네이버를 거쳐 가기보다 바로 쇼핑몰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G마켓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모바일 시대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옥션도 30%가량이 모바일 매출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앱을 통해 바로 쇼핑몰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구글을 통한 상품 검색은 줄어드는 반면, 아마존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최대의 라이벌은 아마존”이라고 할 정도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이 쇼핑, 결제, 콘텐츠 강화를 하나같이 추진하는 것도 결국 이용자들이 많이 쓰는 건 다 갖춰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 검색어의 34%가량이 쇼핑 관련 키워드다. 달리 말하면 쇼핑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그만큼의 숫자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과 같다. 네이버는 모바일 쇼핑에서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경쟁해야 하고, 글로벌 IT 업체의 공격을 받을 잠재적인 위협에도 노출돼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네이버가 수년간 신성장 동력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서비스다. 라인 가입자는 5억명을 돌파했고, 월간 실제 이용자(MAU)도 1억8100만명에 달한다. 일본 태국 대만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양적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과 유럽은 페이스북 메신저와 와츠앱, 중국은 위챗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메신저의 격전지로 불렸던 동남아시아도 하나둘 1위가 정리되고 있다.

네이버로서는 라인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고민할 시기가 된 셈이다. 라인은 일본에서 라인 택시, 라인 페이, 라인 와우 등 다양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 기반이 약한 국내에서는 서비스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카카오톡이 조만간 국내에서 카카오 택시를 시작하는 등 O2O 서비스를 본격화할 것이어서 네이버로서도 마냥 고민만 하고 있기는 힘든 상황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