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영재의 특성에 맞춘 영재대학이 들어서야 합니다.”
국내 수학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조용승(사진)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는 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인교육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과목과 시간을 초월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영재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2005년 수학 분야 첫 정부 출연연구소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조 교수는 ‘천재 소년’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송유근(18)군의 스승이기도 하다. 송군은 9세이던 2006년 인하대 자연과학계열에 합격하며 국내 최연소 대학생이 됐다. 현재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에 있다. 조 교수는 송군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수리과학연구소장으로 있을 때부터 이따금 유근이를 만났는데 유근이도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 선행학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영재교육에 힘들어했다.”
조 교수가 영재교육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2003년부터다. 당시 대한수학회장을 역임하면서 영재들이 수학올림피아드 등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모습을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입식·암기식 교육 아래 수재로 머물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 교수는 “정답만을 요구하는 교육 환경 속에 아이들은 점차 기계화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조 교수가 바라보는 영재교육의 핵심은 속도보다 깊이에 있다. 그는 “26년 동안 키운 행운목이 지난해에서야 꽃을 피웠다. 영재 교육은 이렇게 인내심을 갖고 내부에 있는 것을 끌어낼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반복된 과정이 결과적으로 창의력을 기르는 길로 나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둔 조 교수는 은퇴 후에도 영재 교육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천재소년 송유근 스승’ 조용승 교수 “영재 특성에 맞춘 영재대학 필요”
입력 2015-02-03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