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서 새 길 걷는 가수 ‘수와진’ 안상진씨 “교만한 삶 버리고 사람 낚는 가수 되렵니다”

입력 2015-02-03 02:28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공부 중인 쌍둥이 가수 ‘수와진’의 안상진씨가 서울 서초구 백석신학원 앞에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인생과 신앙에 대해 간증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감미로운 목소리로 '새벽아침' '파초' 등을 불러 큰 사랑을 받았던 쌍둥이 형제 가수 '수와진'. 거리모금 공연으로도 유명했던 수와진의 동생 안상진(55)씨가 '사람 낚는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 방배동 백석신학원(학장 정인찬 목사)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3학년에 재학 중인 안씨는 졸업과 동시에 학사학위와 함께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장 장종현 목사)에서 전도사 자격을 얻는다. 학업과 공연을 병행하며 바쁘게 지내는 그를 최근 이 학교 상담실에서 만났다.

안씨는 “간경변과 폐종양 등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다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을 회복하고 신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리포트 때문에 ‘끙끙’ 대는 날도 있지만 첫 학기 올 A플러스를 받으며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안씨가 교회에 처음 나간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석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어머니는 네 자녀를 혼자 키워야 했다. 방황하던 그에게 어디선가 감미로운 노래가 들려왔다. 바로 교회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늘 가는 밝은 길이’라는 찬송이더군요. 찬송이 좋아 기타를 배워 찬양을 인도했습니다. 이후 3분 먼저 태어난 상수 형과 함께 군부대교회에서 찬양을 하다 문화선전대(군부대 위문공연 조직)에 가게 됐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제대 후 무명가수였던 시절,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형 상수씨와 함께 심장병어린이 돕기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멈추지 않았던 수와진의 거리공연은 시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고생은 했지만 보람이 더 컸죠. 노래실력도 많이 늘었고요. 그러다 KBS 신인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1987년 ‘새벽아침’으로 데뷔해 그해 KBS 가요대상 신인상, MBC 아름다운 노래대상을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교회를 멀리하게 되더군요. 교만했던 거죠. 하나님은 그런 저에게 매를 드셨어요. 89년 드디어 일이 터졌습니다.”

새해 첫날 한강을 산책하던 그는 갑자기 나타난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세 차례나 뇌수술을 받았다. 그 사건으로 한강에 가로등이 설치되는 ‘역사’가 일어났지만 그는 한동안 가수활동을 접어야만 했다.

“그때 하나님께 돌아왔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레스토랑을 오픈 했는데 잘되더라고요. 장사가 잘되면 잘될수록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결국 간이 고장 났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교회에 가서 ‘하나님 살려 주세요’라고 기도했어요. 그래서 나았는데, 새 앨범 내고 바빠지니까 또 교회를 멀리하게 되고. 아니나 다를까 2011년 또 연단을 주시더라고요.”

이번엔 암이었다. 폐암 말기라는 의사의 진단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주위에서 기도를 해 주었지만 정작 그는 기도를 하지 못했다. 눈물만 주르르 흘렸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를 버리지 않으셨다. 폐를 일부 절제하는 종양제거수술을 받고 거짓말처럼 건강을 회복했다.

이튿날 그는 신학교에 입학원서를 냈다. 하나님께 온전히 매달리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머니와 처갓집 식구들도 전도했다. 친분이 있는 목회자와 함께 경기도 수원 영통에 예그리나교회도 개척했다.

“애들이 그래요. 아빠 얼굴이 환해졌다고. 성도 안 내고 악한 기가 하나도 없대요(웃음). 하나님이 제게 주신 연단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안씨는 지금도 때때로 형과 함께 수와진으로서 모금공연을 한다. 수와진은 그동안 거리모금 공연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 900여명의 수술비를 지원했고 매년 1억여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했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한 사업을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2013년에는 ㈔수와진사랑더하기를 설립해 상임이사를 맡았다. 지난달에는 부산경남지회도 세웠다.

계획을 물었다. 목회자 후보생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계획은 없습니다.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이것저것 따질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 말씀대로 살겠습니다. 이젠 오직 순종뿐입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니 정말 마음이 평안합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