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한 빌라에서 치매를 앓는 70대 노모와 50대 장애인 아들이 욕실에서 함께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경위가 밝혀졌다(국민일보 1월 31일자 1면 보도). 어머니의 사인은 심장마비, 아들은 뇌진탕이었다. 목욕을 하던 어머니가 먼저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아들은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려다 미끄러지면서 욕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을 일으킨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어머니(75)와 아들(56)이 각각 심장마비와 뇌진탕에 따른 사고사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연극배우였던 아들은 15년 전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뇌병변(5급)과 시각장애(6급)를 앓아왔다. 한쪽 팔이 마비된 데다 오랫동안 폐질환을 앓아 거동이 불편했지만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고 한다. 동네 주민들은 아들이 치매 어머니를 위해 식사도 챙겨주고 목욕과 대소변도 도맡아 해결했다고 전했다.
모자는 어머니가 받는 기초연금 20만원과 다른 자녀들이 주는 용돈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 딸은 매달 한두 번씩 들러 집안을 청소하고 두 사람을 위해 찬거리 등을 준비했다. 최근 외손녀가 안부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를 했고 지난달 29일 오후 8시16분쯤 두 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들은 욕실 바닥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누운 채 숨져 있었다. 두 사람의 시신은 사망한 뒤 1주일가량 지나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발견 당시 어머니는 옷을 입지 않은 채였고 아들은 옷을 입고 있었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
치매 노모 욕실서 쓰러지자 장애인 아들이 허겁지겁…
입력 2015-02-03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