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기도에 내집 산다”… 서울 전세 난민들 탈출 움직임

입력 2015-02-03 02:04

서울 광화문 인근 직장을 다니는 현모(43)씨는 2년 전 서대문구에 전용면적 85㎡ 규모의 전셋집을 구했다. 당시 전세금은 2억6000만원이었다. 최근 집주인은 3억2000만원에 재계약을 하자고 요구했다. 은행권 대출을 알아보던 현씨는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3억원이면 경기도 고양시에 비슷한 전용면적의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씨는 이참에 ‘내 집’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서울의 전세금으로 경기권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집을 장만한 뒤 서울에서 경기도로 거주지를 옮기는 ‘전세난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114는 2일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세가를 3억4047만원으로 집계했다. 경기도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2억9268만원으로 서울 전셋값보다 4779만원이 낮았다. 서울 전세금에서 5000만원을 제외하고도 경기도에서 집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2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2013년 1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2억7938만원이었지만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억8573만원이었다. 635만원 차이에 불과하기는 했지만 경기도 아파트 집값이 서울 전세가보다는 높았다.

4년 전인 2011년 1월에는 현재와 정반대로 서울 전세 세입자가 경기도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5000만원 이상을 보태야 했다. 서울 가구당 전세가는 2억4555만원, 경기도 가구당 매매가는 2억9833만원이었다.

같은 수도권 내에서 전세가와 매매가가 역전 현상을 보인 것은 서울 전세가가 ‘폭등’ 수준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서울 가구당 평균 전세가는 2년 전보다 6109만원이 뛰었고, 4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9492만원이 올랐다. 반면 경기도 집값은 답보했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서울의 평균 전세가격을 넘어서는 곳은 과천(6억6028만원) 성남(5억596만원) 용인(3억6533만원) 의왕(3억4659만원) 4곳에 불과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서울의 전세가격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수도권의 아파트가 많아졌다”며 “전세난에 지쳐 매매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국내인구 이동 통계’를 통해 지난해 경기권 전입 인구 6만6720명 가운데 서울에서 전입한 인구가 58.4%인 3만8960명이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고양시(7596명)로 이동이 가장 많았고 남양주시(5347명)와 김포시(530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상당수가 경기도로 이주한 서울 세입자인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건설업계는 경기권에 공격적인 분양에 나설 방침이다. 건설사들은 올해 아파트 물량의 40% 수준인 11만3000여 가구를 경기도에 공급할 계획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