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차인 투싼ix(사진)의 가격을 1억5000만원에서 8500만원(세금포함)으로 43.3% 인하했다고 2일 밝혔다. 정부보조금이 지원되면 실제 구입가격은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수소연료전지차를 구입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당 6000만원씩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보조금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2013년 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인 투싼ix 양산에 성공했지만, 현재까지 판매는 200여대에 불과했다. 개인판매 실적은 없다. 가격이 너무 비싼 데다 충전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개인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투싼ix의 가격을 대폭 인하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우선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이 활성화돼야 관련 사업이 확대돼 부품가격을 낮출 수 있고 수소충전 인프라가 생겨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의 인기에 자극받은 측면도 크다. 지난해 12월 중순 출시된 미라이는 일본 출시 가격이 세전 670만엔(6276만원)으로 출시 한 달 만에 애초 판매 목표(400대)의 4배에 육박하는 1500대가 계약됐다. 현대차의 가격 인하로 투싼ix도 세전 가격으로 계산하면 7255만원이 된다. 일단 가격 경쟁력은 확보한 셈이다. 현대차는 투싼ix의 해외 판매 가격 인하도 검토 중이며 시장 상황에 맞춰 구체적인 인하폭과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가격 인하와 더불어 충전소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격을 인하해도 충전할 장소가 없으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가 이뤄질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울 2곳 등 전국에 충전소가 11개에 불과하다. 일본은 올해 충전소 100기, 2025년 1000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 아래 충전소 1곳당 최대 2억8000만엔(26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전기 1대를 설치하는 데 땅값을 제외하더라도 2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충전소 인프라가 갖춰지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이 급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차 모델 추가 개발 등 친환경차 개발에 2020년까지 1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광주시와 함께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출범하면서 수소연료전지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주요 사업으로 제시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투싼ix 가격 43% 내린 현대차, 수소연료차 시장 질주 채비
입력 2015-02-03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