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액션의 새로운 시대가 온다! 2월 11일, 즐길 준비 되었는가?” 오는 11일 개봉되는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포스터 홍보 문구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로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매튜 본 감독은 기존의 스파이 영화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과 액션, 유머를 갖춘 신작을 내놓았다. 마크 밀러와 데이브 기번스의 그래픽 스파이 소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거리를 배회하던 한 청년이 국제비밀정보기구인 ‘킹스맨’의 최정예 요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와 모험을 담았다. ‘킹스맨’은 ‘007’ 시리즈 등이 보여줬던 스파이 영화 문법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 스파이 영화랍시고 무게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게 장점이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화면으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빨아들인다.
◇지금까지의 스파이 액션은 잊어라=‘킹스맨’은 ‘007’ ‘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마초적인 남성 스타를 내세운 스파이 액션의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한다. 가장 다른 부분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면접을 시작하겠다”는 대사처럼 강도 높은 스파이 훈련 과정을 상세하게 다뤘다는 점이다. 그동안 스파이는 승률 100%로 모든 조건을 갖췄으나 ‘킹스맨’에서는 루저 청년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킹스맨’ 훈련에 참가한 일원들이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스파이의 세계에 끼어든 신참 비밀요원 에그시 역에는 떠오르는 핫 아이콘 태런 애거튼이 낙점됐다. 스파이를 훈련시키는 베테랑 요원 해리 역에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신사배우 콜린 퍼스가 생애 첫 액션에 도전했다. 둘이 멋진 양복을 입고 펼치는 액션이 환상적이다.
◇우아하고 세련된 스파이가 왔다=‘킹스맨’은 21세기형 스타일리시한 스파이가 갖춰야 할 조건을 A부터 Z까지 제시한다. 해리가 에그시에게 전수하는 ‘저녁 식사 에티켓’은 테이블에 앉은 채 어떻게 무기를 숨기고 사용하는 것이 우아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신사적으로 행동하기’는 고풍스러운 은쟁반을 갑작스런 전투에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시키는 장면이다.
또 ‘올바른 포크 사용법’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수많은 포크들을 각자 공격에 맞게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넥타이 매기’는 넥타이가 젠틀맨 스파이의 필수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려준다. 새로운 시대의 스파이가 갖춰야 할 조건은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영화 속 명대사로 귀결된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젠틀맨 스파이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스파이의 첨단무기는 이런 것이다=수류탄이 장착된 라이터와 녹음 및 촬영 기능을 갖춘 만년필은 뻔한 무기다. ‘킹스맨’에서는 고급 슈트와 와이셔츠, 신사용 구두와 우산에 상상을 초월한 최첨단 무기가 숨겨져 있다. 평범한 청년에서 전문 스파이로 탄생한 비밀첩보조직의 액션 히어로들이 비밀무기를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사용할지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철로에 묶인 상태로 탈출하기,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기 등 비밀요원을 훈련시키는 목숨을 건 미션까지 엿볼 수 있다. 음모를 꾸미는 발렌타인 역을 맡은 새뮤얼 잭슨은 힙합 스타일 옷차림에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서 기존의 스파이 영화 속 악당 이미지를 전복시킨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장도리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후반부 현란한 액션도 볼거리다. 청소년관람불가. 128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스파이의 필수 조건 스타일을 챙겨라
입력 2015-02-04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