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리더십’이 화제다. 13년 전 ‘히딩크 리더십’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내자 너도나도 그의 리더십을 조명했다. 학연·지연·혈연에 얽매이지 않는 용병술에 강력한 카리스마가 조화를 이뤄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비록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에 그쳐 한국 축구 55년의 한을 푸는 데는 실패했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에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팬들은 ‘실리축구’를 구사하는 그에게 정약용 선생의 호를 따서 ‘다산(茶山) 슈틸리케’라는 별명까지 붙여가며 열광하고 있다.
독일 출신 슈틸리케는 지난해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한국 축구는 최악이었다. 2014년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왔다. 경기력과 결과에 실망한 일부 팬들은 선수단을 향해 호박엿을 집어던졌다. 이런 상황에서 슈틸리케가 꺼내든 카드는 폭넓은 인재 등용과 끊임없는 소통 및 스킨십이었다. “등번호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숨은 진주 찾기에 열중했다. 한 번도 대표팀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는 공격수 이정협과 왼쪽 무릎 연골 제거 수술을 받은 골키퍼 김진현을 과감하게 주전으로 발탁했다. 두 선수는 감독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번 아시안컵에서 실력으로 입증했다. 히딩크가 발굴한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또 그라운드로 들어서는 선수들과 일일이 손을 마주치며 격려한다. 감독의 무한 신뢰는 선수들을 춤추게 했고 결과는 그대로 그라운드에서 나타났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특정 선수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홍명보 전 감독의 ‘의리축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내 편만 골라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용인술을 구사하고 ‘열린 귀’로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슈틸리케. 지지율 추락에 허덕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의 ‘사람 쓰는 법’을 한번 배워보면 어떨까.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한마당-김준동] 슈틸리케 리더십
입력 2015-02-03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