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美, 금리인상 오락가락… 韓, 대응전략 전전긍긍

입력 2015-02-03 02:50
‘나 홀로 활황’이라고 불릴 정도로 잘나가던 미국 경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국 금리 인상을 내다봤던 시장의 예측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불확실성에 빠지자 우리나라 금융통화 당국도 추가 금리 인하를 놓고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 회복세 꺾이나=미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이 2.4%로 잠정 집계됐다. 3.0∼3.2%를 기대했던 시장의 예상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결과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1분기 폭설 및 한파로 인해 마이너스 2.1%로 후퇴했다가 급반등해 2분기에는 4.6%, 3분기에는 5%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4분기에 다시 2.6%로 둔화하며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4분기 성장률이 기대 이하에 머문 원인은 유럽과 아시아 등 지구촌 경제의 둔화로 미국 수출이 3분기 4.5% 증가에서 4분기에는 2.8% 증가로 크게 둔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의 투자도 1.9% 줄었고 국방비를 비롯한 정부 지출은 2.2%나 감소했다.

고용시장은 나아졌지만 임금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임금상승률은 0.5%에 그치며 전분기(0.8%)보다 둔화됐다. 지난해 전체로도 가장 낮다. 비록 지난해 신규 고용이 지난 15년래 가장 많았고 실업률도 크게 떨어졌지만 그 혜택이 아직 근로자들에게 돌아가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 소비지출이 강세를 유지해 성장을 지탱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민들의 지난 연말 쇼핑 시즌 소비지출은 4.3% 늘어나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이 나오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순조로운 회복세가 지속됐다면 오는 6월을 전후로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실적치가 낮게 나오면서 경제 회복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가 되살아날 시간을 벌려면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추가 금리 인하 고심하는 한은=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다. 한은은 오는 1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10월 사상 최저치인 2.0%로 내린 이후 지난달까지 유지했다. 그러나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줄곧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 못들은 척하기가 쉽지 않다. 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돈이 풀리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게 추가 금리 인하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은은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주목하고 있다. 사상 최저 금리 시대가 열린 지난해 10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세를 나타냈다. 한은은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 탓에 금리 인상기에 한계 계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제약되고 가계 파산이 줄을 잇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계부채 급증 외에도 급격한 외자 유출 가능성 탓에 한은은 추가 금리 인하를 망설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의 전망대로 오는 6월 미국 금리 인상설이 힘을 얻었다면 한은으로선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리기 곤란한 상황이 된다. 상반기 중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추가 금리 인하의 효과는 기껏해야 4∼6개월 정도 지속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유보적으로 돌아서면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게다가 지난달 국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자격 제한을 대폭 낮춘 1% 금리의 수익 공유형 초저리 대출을 ‘부자 부동산 부양책’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놨다. 그만큼 부동산 경기를 중심으로 실물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오는 17일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의 고심은 갈수록 깊어진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