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5) 리메이크의 길

입력 2015-02-03 02:20
영화 '페이백' 포스터

영화제작 아이디어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비교적 손쉬운 방법이 있다. 만화 따위를 실사(實寫)화하는 게 그 하나고, 작품성과 흥행에서 이미 충분히 검증된 옛 작품의 후속편을 만들거나 리메이크하는 게 또 하나다. 만화의 실사화는 요즘 유행이다. 아이언맨 등 옛날 만화 주인공들이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7편까지 나왔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프랭크 캐프라 감독의 걸작 ‘멋진 인생’(1946)의 속편이 70년 만에 만들어질 것 같다는 소식이다.

리메이크는 어떤가. 반전(反戰) 영화의 고전 ‘서부전선 이상 없다’(1930)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1959)가 리메이크되리라고 한다. ‘벤허’ 역시 1925년에 나온 무성영화의 리메이크였다. 이밖에도 제임스 딘의 출세작 ‘에덴의 동쪽’(1955) 리메이크 소식과 함께 스티븐 스필버그가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명작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1961)의 리메이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있는 등 앞으로도 리메이크할 작품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영화가 리메이크인지, 원작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령 멜 깁슨이 주연한 ’페이백’(1999)이 존 부어맨 감독의 1967년작 ‘포인트 블랭크’의 리메이크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친절한 TV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