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세종시 연동면 장걸순(54)씨는 자신의 딸기 농장에 적용된 ‘스마트 팜(Farm)’을 스마트폰으로 능숙하게 선보였다. 장씨가 ‘반딧불이’라는 앱을 실행하고 원격관리 제어 시스템을 누르자 ‘온도제어’ ‘습도제어’라는 버튼이 등장했다. 온도를 확인한 장씨가 ‘열기’를 누르자 비닐하우스 측면 창문이 열리며 내부 온도와 습도가 조절됐다.
전 재산을 쏟아부어 농작물을 재배하는 이곳 주민들에게 비닐하우스를 떠난 일상은 상상할 수 없었다. 정전으로 보일러가 작동을 멈추기라도 하면 냉해(冷害)로 한 해 농사를 다 망치게 되기 때문이다. 외출은커녕 밤에도 수시로 비닐하우스를 들여다봐야 했고 심지어 비닐하우스 한켠에서 잠을 자는 주민도 대다수였다. 실제로 장씨의 비닐하우스 한 구석에도 낡은 소파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SK그룹이 이 마을에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 시스템 ‘스마트 팜’을 100개 설치해준 뒤론 주민들 삶에 여유가 생겼다. 주민 A씨는 최근 결혼 후 처음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장씨는 빨갛게 익은 딸기를 쳐다보며 “보일러가 고장난 적이 있었는데 ‘온도 이상’ 경보음이 울려 바로 대처할 수 있었다”며 “밤에 깊은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밖에도 움직임을 감지해 도난 사고 등을 예방해 주는 ‘지능형 영상 보안장비’를 마을 50곳에 설치했다.
SK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전시, 대덕특구 연구기관과 손잡고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벤처기업의 기술에 대기업의 마케팅 노하우를 더하는 방식으로 국내 유망 벤처기업 지원이 이뤄진다. 카이스트(KAIST)를 비롯해 생명공학연구원, 기계연구원 등 국내 최고 과학 두뇌들이 밀집해 있는 ‘대덕밸리’에 센터가 차려진 덕에 대덕에는 벤처 창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출범 110여일 만에 2000여명이 운영 노하우를 배우러 방문할 정도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메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대전 유성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테그웨이 이경수 대표는 센터의 장점으로 ‘대기업과의 일대일 매칭’을 통해 마케팅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열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테그웨이는 지난달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10대 IT혁신 기술’에 뽑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신생 기업에 가장 어려운 것은 마케팅”이라며 “창조경제혁신센터 대기업의 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SK그룹에서 선정한 벤처업체 10개가 입주해 직접 지원을 받고 있다. 개소 100일 만에 5개 벤처기업이 국내외 12억6000여만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3개 업체의 경우 6억94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SK그룹은 기술개발자금 계획 심사 후 기업당 최대 2억원을 지원하고 해외 진출을 돕는 등 벤처기업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로 인해 대덕연구단지에는 기술과 특허를 활용한 연구소 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며 “세종 ‘창조마을’을 통해서는 ICT·에너지 기술과 농업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세종=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르포] 스마트해진 딸기농장… 대덕 밸리 ‘벤처 밸리’로
입력 2015-02-02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