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장’ 차두리 선수 “나의 마지막 축구여행은 끝이 났다”

입력 2015-02-02 02:37 수정 2015-02-02 09:12
2015 호주 아시안컵이 끝나면서 ‘차미네이터’ 차두리(35·서울FC)의 14년 국가대표 여정도 막을 내렸다. 대표팀 최고참으로서 그는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며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뛰었다.

차두리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나는 떠나지만 후배들은 남는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보인 관심과 사랑을 앞으로 후배들에게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자신의 트위터에는 “나의 마지막 축구여행은 끝이 났다! 비록 원하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열심히 뛰어준 사랑스러운 후배들에게 무한 감사를 보낸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나는 정말 행복한 축구선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파이팅”이라고 덧붙였다.

2001년 11월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통해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차두리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궜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차두리는 2006 독일월드컵과 2014 브라질월드컵 때는 호출을 받지 못하고 해설자로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에게는 특히 차범근(62)이라는 스타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차두리는 “대한민국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에 차두리는 애초 작년에 태극마크를 반납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경기력을 아깝게 여긴 울리 슈틸리케(61) 대표팀 감독의 요청으로 아시안컵까지만 뛰기로 했다. 대회 초반에 비틀거리던 슈틸리케호는 꾸역꾸역 승리를 거두면서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그 과정에서 차두리는 마치 전성기가 다시 온 것처럼 뛰었다. 특히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질풍 같은 55m 장거리 드리블로 손흥민(23·레버쿠젠)의 추가골을 도와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차두리는 자신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대표팀은 2011년 박지성(34)과 이영표(38)라는 두 기둥이 나란히 은퇴한 후 구심점을 잃은 상태에서 졸전을 거듭했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선 1무2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하지만 불과 반년 만에 대표팀은 차두리를 중심으로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바로 한국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투지가 되살아난 것이다. 김진수(23·호펜하임)는 “두리 형과 함께 뛴 것은 큰 영광”이라며 “정신적 지주인 두리 형이 경기에 뛰면 절로 힘이 났다”고 말했다.

A매치 75경기를 끝으로 태극마크는 반납하지만 차두리의 폭풍 드리블은 당분간 계속 볼 수 있다. 그는 소속팀 FC서울과의 계약을 1년 연장하며 K리그를 누린다.

인천공항=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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