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변호사 7명을 수사 중인 ‘과거사 부당 수임’ 사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근 이명춘(56) 변호사를 소환하는 등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반발 기류도 강해졌다. 일부 과거사 사건 피해자는 변호사들을 옹호하고 나섰다.
◇“아무도 우리를 챙겨주지 않았다” 변호사를 ‘변호’하고 나선 의뢰인=지난 30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삼척 간첩단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모든 변호사가 수임을 거부할 때 유일하게 우리 사건을 맡아준 게 이명춘 변호사”라고 했다. 김씨는 6·25전쟁 당시 월북했다가 남파된 집안사람의 간첩행위를 도와준 혐의로 1979년 기소됐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한 뒤 ‘간첩’이란 허위 자백을 했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기까지 19년2개월을 복역했다. 김씨 누이가 2006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지만 재심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2009년 낸 이의신청도 신청기간이 지났다며 기각됐다. 다만 과거사위는 ‘고문에 따른 허위 자백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안’이란 내용의 ‘삼척사건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김씨와 가족들은 보고서를 들고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을 맡겠다는 변호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무죄 판결을 받으리란 확신도 없고, 김씨 가족에겐 착수금으로 내밀 돈도 없었다. 김씨는 “그나마 우리 사건 내용을 알고 있는 이 변호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울면서 좀 살려달라고 했다. 매달린 건 우린데 이 변호사가 돈벌이를 위해 그런 것처럼 돼버려 답답하다”고 했다.
‘납북어부 간첩사건’ 피해자 김용태씨는 이 변호사에 대한 수사 소식을 듣고 경남 마산에서 상경했다. 그의 사건은 과거사위를 거치지 않아 이 변호사 혐의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은 우리 같은 사람을 보듬었던 변호사”라며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치밀어 상경했다”고 말했다.
민변은 “과거사위 결정에도 입법적 구제를 하지 않은 국가를 대신해 한 맺힌 피해자의 요청을 받고 소송을 진행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검찰 “과거사 소송은 1조2000억원대 시장…전형적 법조비리 사건”=검찰의 시각은 다르다. 수사 대상 변호사 7명은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꾸려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2000∼2004년)나 과거사위(2005∼2010년)에서 조사위원 등으로 근무했다. 위원회 활동을 마친 뒤 변호사 자격으로 과거사 사건을 수임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변호사법 31조는 ‘공무원,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은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 조항에 따라 변호사들이 엄연한 범법행위를 했다고 본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정이야 어떻든 명백히 법을 위반한 사안으로 보인다”며 “특히 법을 다루는 변호사여서 형사적·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대상인 김준곤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혐의를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전형적인 법조비리 사건”이라고 강조하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대한 표적수사라는 논란을 일축했다. 수사 대상 7명 중 6명이 민변 소속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서울고검에서 수임규정 위반으로 변호사 1명을 수사의뢰했고, 비슷한 사례가 추가로 확인돼 수사에 나선 것”이라며 “특정 변호사 단체를 공격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사와 관련된 국가배상 소송 가액을 다 더하면 1조2000억원쯤 된다”며 “일종의 ‘법률 시장’과 관련된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생각해 봅시다] 법과 현실 사이… 과거사 ‘부당 수임’ 논란
입력 2015-02-02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