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라더니… 연일 스텝 꼬이는 문재인

입력 2015-02-02 02:17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 대표 경선에 나선 문재인 의원이 1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 체육관에서 열린 경기 합동연설회에서 눈을 감은 채 세월호 유가족 합창단의 ‘잊지 않을게’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문재인 의원의 스텝이 연일 꼬이고 있다. 연초만 해도 ‘대세론’이 나왔으나 당명 개정 및 호남총리 발언 논란, 네거티브 공방 등에 빠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정무·전략적 판단 미스가 겹치면서 대권주자로서 상당한 상처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은 1일 경기도를 끝으로 약 3주에 걸친 시·도당 합동연설회를 마쳤다. 하지만 문 의원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지역주의 정치에 과도하게 발을 들여놨다는 비판이다. 문 의원은 충청 출신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에 대해 지난 26일 “호남 인사를 (총리로 임명)해야 하는데 정말 아쉽다”고 논란을 일으켰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까지 나서서 “충청인을 무시한 망발”이라고 반발했고, 결국 문 의원은 “충청분들에게 서운함을 드렸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호남 총리 발언이 총·대선에서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 의원은 연초에 당명을 ‘새정치민주당’으로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혀 안철수 의원 측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호남총리론이나 당명 개정 논란은 취약한 호남 민심을 얻으려 ‘오버’를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에서 1등을 하지 못하면 당선되더라도 전체 득표율에 문제가 생기는 등 ‘반쪽 당 대표’가 될 수 있다.

문 의원이 박지원 의원과의 네거티브 공방에 빠져들면서 정책과 비전 등도 실종됐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애초 당명 변경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어야 했다”며 “상호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지난 21일 실시됐던 새정치연합 보좌진협회 초청 좌담회도 뒷말을 남겼다. 이 좌담회는 ‘을’에 위치한 보좌진들이 ‘갑’인 당 대표 후보들에게 정견발표를 듣는 신선한 자리였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이 일찌감치 흔쾌히 참석을 약속한 것과 달리 문 의원 측은 막판까지 “시간이 길다” “참석 여부를 확정 못 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문 의원과 박 의원은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는 답변을 득표율 계산에 포함하느냐를 놓고도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문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는 당시 무소속 후보로 나온 안철수 의원과 ‘여론조사 경선 룰’을 가지고 치열하게 다퉜다.

문 의원은 최근 방송 토론회에서 ‘소주 한잔 하며 오해를 풀고 싶은 사람’으로 안 의원을 꼽았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튿날 “술 못 마신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또 잊어버리신 모양”이라고 뼈있는 반박을 했다.

엄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