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3·레버쿠젠)이 또 울었다. 아쉬움과 회한이 가슴에 쌓여 터져 나온 울음이었다. 호주와의 2015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결과는 1대 2로 아쉬운 석패였다. “형들에게 미안하고 팬들에게 미안했어요.”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을 따뜻하게 안아 줬다. 유난히 승부욕이 강한 손흥민은 2014 브라질월드컵 벨기에와의 본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패한 뒤에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었다.
손흥민은 지난 31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해결사’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손흥민은 페널티지역에서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왼발 슈팅을 날려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의 역대 아시안컵 100호 골이었다. 손흥민은 이 한 방으로 전 세계에 한국 축구의 저력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2011 카타르아시안컵을 앞두고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한 손흥민은 팬들로부터 큰 기대를 받으며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다.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졸전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손흥민은 눈물을 흘리며 첫 월드컵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도 분데스리가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독일축구협회(DFB)컵을 통틀어 11골을 기록 중이다.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손흥민은 “우승할 좋은 기회를 놓쳐서 아쉬웠다”며 “은퇴하는 (차)두리 형에게 마지막 게임에서 좋은 선물을 주지 못해 슬펐다. (구)자철이 형, (이)청용 형이 부상 때문에 팀으로 일찍 복귀한 것도 아쉬워서 그랬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밝혔다.
‘슈틸리케호’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어야 하는 손흥민은 “곧 월드컵 예선이 다시 시작되는데 이제 아시아에도 쉽게 이길 팀이 없다는 점을 선수들이 잘 느끼고 준비해야 한다”며 “매 경기 죽기 살기로 하지 않으면 우리도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수 있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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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2 02:13 수정 2015-02-02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