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대체조제 갈등

입력 2015-01-31 19:16

보건의료계의 직능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의약품 동일성분조제(이하 대체조제)를 놓고 의사와 약사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국회와 정부에서 대체조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체조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확연하다. 의료계의 경우 의사가 환자의 증상과 상태를 고려해 약을 처방해도 약사의 조제과정에서 임의로 약이 변경되는 것을 알 수 없어 환자관리가 어렵고,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에 통과했다 하더라도 임상적 효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며, 오직 약사의 편의와 이익만을 위해 대체조제 활성화를 허용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의약분업을 파기하자는 것과 같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약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생동성을 인정한 의약품이기 때문에 효과 면에서 문제가 없으며, 의약분업의 안정적인 정착과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환자의 비용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대체조제 논란을 의약품의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약의 주권을 ‘처방’과 ‘조제’ 중 어느 쪽에 주느냐는 것인데 주도권에 따라 제약사들의 관리 대상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체조제에 대해서는 환자들도 의견이 갈린다.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에 약효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환자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고,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의 경우 대체조제를 선호한다.

이 같은 논란은 국회와 정부에서 불을 지폈는데, 우선 기획재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대체조제 활성화를 정책에 포함시켰다. ‘제네릭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절차 및 인센티브 개선방안 강구’라는 문구가 포함된 것이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동일성분 의약품 대체조제 활성화’를 제시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3년도 대체조제 가능한 의약품 청구현황’ 자료를 인용해 대체조제가 가능한 성분은 총 237개로 이들 성분의 최고가약 한 품목의 청구금액을 동일성분의 나머지 저가의약품의 평균 청구금액으로 계산하면 최고가약 총 청구금액의 27% 수준인 약 3425억원이 절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당국 역시 대체조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약사회와 건보공단은 2013년 수가 협상 과정에서 약국의 수가를 인상하는 부대조건으로 ‘동일성분 저가약 대체조제 활성화’에 합의한 바 있다.

서울시약사회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서울지역 약국의 저가 동일성분조제는 13만1205건으로 약국당 27.9건으로 나타났다. 저가 대체조제가 가장 많은 강남구의 경우 2012년 1만1229건(약국당 34.4건)에서 2013년 2만2836건(약국당 69.4건)으로 크게 늘었으며, 양천구는 2013년 1만2202건으로 약국당 평균 70.5건을 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조제=약사가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것이 원칙이나 처방약과 동등한 약효를 갖고 있다고 증명된 다른 약을 환자와 의사에게 알리고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는 처방을 하고, 약사는 조제를 하도록 했지만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과한 동일성분의약품에 대해서는 약사의 변경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대체조제를 할 경우 약국은 대체조제됐음을 사후 통보해야 한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