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주변 주민들이 ‘4자 협의체 합의’에 반발, 준법 감시 활동을 강화하면서 쓰레기 반입량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환경부와 서울·경기·인천 등 4자가 지난달 9일 ‘선제적 조치’에 합의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다시 암초에 걸린 것이다. 4자 협의체는 매립지 소유권과 면허권의 인천시 이양,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시 이관, 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정책 등에 합의하고 내년으로 다가온 매립지 사용기한 연장에 사실상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사용기한 연장에 반대하며 합의가 백지화될 때까지 준법감시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3년 전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재연될지 주목된다.
1일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매립지 영향권 주민들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가 4명씩 4개의 감시조를 편성해 지난달 26일부터 반입 쓰레기 집중 감시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매립지로 들어오는 쓰레기 차량을 점검해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 돼 있거나 음식물 쓰레기 등 반입 금지 품목이 섞인 쓰레기의 반입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
이로 인해 매립지 쓰레기 반입량이 대폭 줄었다. 집중 감시 돌입 이전인 지난달 1∼23일에는 하루 평균 반입량이 1만2341t이었으나 집중 감시 이후에는 하루 평균 5667t에 그치고 있다. 반입량이 평소의 46%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반입 쓰레기 차량 대수도 집중 감시 전에는 하루 평균 726대였으나 이후엔 318대로 줄었다. 차량 검사시간도 평소 5∼7분에서 10∼15분으로 늘었다.
매립지에 진입했다가 위반 사항이 적발돼 반출되는 차량의 비율도 늘었다. 집중 감시 이전엔 하루 평균 34.4대의 차량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돼 1.8대가 반출됐지만 이후에는 하루 평균 36.7대의 차량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돼 7대가 반출됐다.
매립지공사의 관계자는 “검사를 강화한다고 하면 쓰레기 반입업자들이 지레 겁을 먹어 반입 차량 자체가 줄어든다”며 “반출 비율도 높아져 쓰레기 반입량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폐기물 처리를 수도권매립지에 의존해 온 수도권 58개 시·군·구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창고 등 자체 저장시설에 쓰레기를 임시 보관하거나 처리비용이 5배 이상 비싼 민간 소각장을 이용해야 한다.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가 2012년 9∼10월 50여일 동안 제1매립지 골프장 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며 준법감시 활동을 벌여 수도권 여러 지자체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준에 맞지 않는 쓰레기의 반입은 막겠다는 주민들의 입장에는 공감하지만 그 원칙을 100%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인 측면도 있다”며 “대체매립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수도권 ‘쓰레기 대란’ 3년 만에 또?
입력 2015-02-02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