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엇박자’ 위기감… 정책 조율 기능 정상화

입력 2015-02-02 02:41 수정 2015-02-02 18:37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책조정 강화 관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사과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오른쪽) 등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최 부총리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모습. 김태형 기자
정부부처의 정책 조율·조정 강화를 위한 회의는 휴일인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외교안보라인을 제외한 모든 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총동원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청와대와 정부가 최근 부처 간 정책 혼선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내각은 물론 당정·당청 간 정책 조율은 정부 차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사안인데 정부가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 “국민께 심려” 사과=회의는 먼저 최근 연말정산 사태와 건강보험료 개선안 백지화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시작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최근 정부가 몇 가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정부가 정책 입안과 집행 등 정책 추진의 전 과정에서 정부 내부는 물론이고 여당, 국회, 국민과 소통 및 협력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부총리도 “사회 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 있어서 진심으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내각의 ‘투톱’인 최·황 부총리의 대국민 사과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국정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가는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등 민감한 이슈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마저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특히 본격적으로 정책의 성과물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집권 3년차에 정책 혼선과 혼란을 자초함으로써 정부가 박 대통령의 국정 기반을 오히려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 자리에는 후임이 결정된 정홍원 총리와 금명간 퇴진할 것으로 보이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정책조율 강화 차원, 회의 중복 지적도=이번 청와대와 내각의 각종 회의체 신설의 핵심은 정부 내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의 강화다. 청와대와 내각 간 ‘정책조정협의회’, 청와대 ‘정책점검회의’ 등을 통해 정책 수립 단계부터 예상 가능한 갈등과 문제점 등을 사전에 파악해 조정하고 조율한다는 취지다.

우선 신설되는 정책조정협의회에선 국정 어젠다 등 정책·개혁 과제, 갈등 소지가 있는 정책 검토 및 대응방향 협의 등이 주로 이뤄진다. 청와대 내부의 정책점검회의 역시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 회의는 또 관계부처 차관으로 구성된 ‘현안점검조정회의’와도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추게 된다. 총리·부총리 협의회도 정책 조정의 큰 틀 아래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정부 전체의 협업을 늘리고 당정청 협조 스펙트럼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설 또는 활성화하기로 한 회의체가 6개나 되는 점, 기존 당정청 협의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런 계획이 실제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일각에선 “기존 협의도 제대로 되지 않는 마당에 새로운 회의체만 만들어서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자신의 63번째 생일인 2일에는 별다른 자축행사 없이 청와대 내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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