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의 정책 조율·조정 강화를 위한 회의는 휴일인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외교안보라인을 제외한 모든 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총동원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청와대와 정부가 최근 부처 간 정책 혼선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내각은 물론 당정·당청 간 정책 조율은 정부 차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사안인데 정부가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 “국민께 심려” 사과=회의는 먼저 최근 연말정산 사태와 건강보험료 개선안 백지화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시작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최근 정부가 몇 가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정부가 정책 입안과 집행 등 정책 추진의 전 과정에서 정부 내부는 물론이고 여당, 국회, 국민과 소통 및 협력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부총리도 “사회 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 있어서 진심으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내각의 ‘투톱’인 최·황 부총리의 대국민 사과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국정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가는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 등 민감한 이슈는 고사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마저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특히 본격적으로 정책의 성과물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집권 3년차에 정책 혼선과 혼란을 자초함으로써 정부가 박 대통령의 국정 기반을 오히려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 자리에는 후임이 결정된 정홍원 총리와 금명간 퇴진할 것으로 보이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정책조율 강화 차원, 회의 중복 지적도=이번 청와대와 내각의 각종 회의체 신설의 핵심은 정부 내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의 강화다. 청와대와 내각 간 ‘정책조정협의회’, 청와대 ‘정책점검회의’ 등을 통해 정책 수립 단계부터 예상 가능한 갈등과 문제점 등을 사전에 파악해 조정하고 조율한다는 취지다.
우선 신설되는 정책조정협의회에선 국정 어젠다 등 정책·개혁 과제, 갈등 소지가 있는 정책 검토 및 대응방향 협의 등이 주로 이뤄진다. 청와대 내부의 정책점검회의 역시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 회의는 또 관계부처 차관으로 구성된 ‘현안점검조정회의’와도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추게 된다. 총리·부총리 협의회도 정책 조정의 큰 틀 아래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정부 전체의 협업을 늘리고 당정청 협조 스펙트럼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설 또는 활성화하기로 한 회의체가 6개나 되는 점, 기존 당정청 협의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런 계획이 실제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일각에선 “기존 협의도 제대로 되지 않는 마당에 새로운 회의체만 만들어서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자신의 63번째 생일인 2일에는 별다른 자축행사 없이 청와대 내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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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2 02:41 수정 2015-02-02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