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진원’ 라이베리아, 아이들 학교 다시 가는 날

입력 2015-02-02 02:17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진원지 서아프리카에서도 재건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에볼라로 인해 최소 3600명 이상의 희생자가 나온 라이베리아 당국이 학교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9일 에볼라가 확산된 서아프리카 3개 국가에서 한 주간의 신규 감염자 수가 처음으로 100명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도 본격 재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교를 재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마사쿠오이 공립학교(초·중등학교)는 에볼라 창궐로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가 반년 만에 다시 문을 연다. 이 학교는 몬로비아의 대표적 슬럼가인 웨스트포인트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7만5000여명이 밀집해 있는 이 지역에서는 지난해 매주 10명 이상씩 에볼라 감염자가 나왔다. 인근 병원이 환자로 가득 차면서 지난해 8월부터는 이 학교가 ‘에볼라 센터’로 지정돼 병원 역할을 했다. 지역 보건 당국은 이곳에 에볼라 의심 환자들을 격리시켰다. 라이베리아뿐만 아니라 시에라리온, 기니 등에서도 에볼라가 창궐하면서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이 학교처럼 사실상 에볼라 센터 기능을 했다. 국제구호단체 유니세프는 이 3개국에서만 지난해 8월 이래로 1만개 이상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차창 너머로 에볼라 환자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지난해 12월 마사쿠오이 학교에서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면서 학교는 한동안 비어 있었다. 어두컴컴한 복도와 교실에는 주인 잃은 책걸상들만 어지럽게 남아 이곳이 학교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감염성이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라도 밀폐되지 않은 환경에서 21일 이상 살아있진 않는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사쿠오이 공립학교의 한 학부모는 “만에 하나 아이가 땅에 떨어졌던 걸 먹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안해했다. 학교 창문 너머로 에볼라 환자가 죽어가는 모습을 봤던 14세 소년도 “학교에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설명 없이 학교를 에볼라 센터로 사용한 것에 대한 주민 불만도 높아 지난해 8월에는 일부 주민들이 학교를 약탈하고 환자 17명을 강제로 내보낸 일도 있었다.

라이베리아 당국은 주민 불안을 해소하고자 수업 재개를 2주 늦추는 한편 기존 책걸상을 모두 소각하고 층마다 소독액과 체온계를 비치하기로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