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출입구에 설치된 농성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지난달 31일 단행했다.
해군의 의뢰를 받은 외부용역 100여명과 경찰은 몸싸움 끝에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울타리를 모두 제거하고 농성천막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해군기지 반대 시민운동가 등 24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해군은 “더 이상 공사를 미루면 연말까지 군 관사를 건립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31일 새벽부터 대집행에 맞서 철거대상인 천막과 버스 주변에 나무와 철조망으로 만든 울타리를 설치했다. 소형버스 위에 세운 높이 7m 가량의 철제로 된 망루에는 조경철 강정마을회 회장 등 10여명이 올라 쇠사슬로 몸을 묶었다. 그러나 해군 용역과 경찰은 14시간만에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울타리와 천막도 모두 철거했다.
앞서 해군은 지난해 10월 14일 강정마을에 72가구(지상 4층·5개동) 규모의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관사는 애초 616가구 규모로 지을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과 토지 매입 문제 등으로 72가구로 축소했다.
반대 단체와 주민들은 군 관사 건립 공사가 시작되자 공사장 출입구에 농성천막을 설치하고 99일간 공사 저지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해군이 주민동의를 전제로 강정마을 내 군 관사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면서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했다.
해군과 주민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제주도는 지난 15일 강정마을 외곽 지역의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토지수용과 각종 인허가 등을 고려할 때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는 올해 12월에 맞춰 건립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수용 불가 결론을 내렸다.
결국 농성 천막이 강제 철거됨에 따라 해군과 반대 주민간 갈등이 다시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도는 지난해 9월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의 의혹 규명과 강정주민들의 명예회복 사업을 위한 가칭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지원 조례안’ 제정을 추진했다. 또 강정마을 주민 대상 정신건강실태조사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군이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면서 진상규명과 정신건강실태조사 등은 차질을 빚게 됐다
그동안 해군과의 ‘원만한 해결’을 자신했던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원 제주지사는 지난 26일 정호섭 해군참모차장 만났지만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한채 서로 간 견해차만 확인했다. 원 지사는 제5회 한·일 지사회의 참석 차 29일부터 일본 도쿄에 머물다 행정대집행이 이뤄진 31일 오전 귀국했다.
원 지사는 곧바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그간 군관사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행정대집행이 시행돼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제주 해군기지 軍 관사 농성 천막 강제철거… 걸림돌은 뽑았지만 갈등 골은 더 파였다
입력 2015-02-02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