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대구 돈벼락·크림빵 아빠 사건 해결 ‘한마음’ 따뜻하고 정의로운 온라인 가능성 보았다

입력 2015-02-02 02:13 수정 2015-02-02 16:15
네티즌이 흐릿한 ‘크림빵 아빠’ 사건 CCTV 영상을 판독해 도주 용의차량을 분석한 게시물(왼쪽)과 한 50대 남성이 ‘대구 돈벼락’ 사건에서 돌아오지 않은 돈에 보태라며 메모와 함께 기부한 500만원.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대구지방경찰청 페이스북

혹자는 말합니다. 인터넷은 막장에 선정적이라고요. 상처를 주는 ‘악플’과 조롱이 넘치는 모습이 인터넷의 민낯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크림빵 아빠’와 ‘대구 돈벼락’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은 이런 혹평에 한 방 날리는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에 착한 마음이 모이니 어려운 일을 겪고 주저앉은 이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중고거래 사이트 보배드림 회원들은 ‘크림빵 아빠’ 사건을 제 일처럼 여겼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사고현장에서 사건을 재연했습니다. 애초 엉뚱한 영상 속 차량을 찾은 것이어서 정확한 결론에 이를 수 없었습니다. 헛수고했다는 비아냥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골’의 뺑소니 사건을 놓고 경찰이 수사본부까지 차린 데는 네티즌의 힘이 컸습니다.

‘크림빵 아빠’의 대학 동기는 보배드림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고 연락한 분도 있고, 사건이 멀리 퍼지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쓴 분도 있었다. 많은 네티즌의 염려와 격려가 고맙다”고 가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남겼습니다.

네티즌으로부터 한때 범인으로 몰렸던 외제차 주인도 “함께 도움을 주며 힘쓰는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감격했습니다. 자신의 블로그가 욕설로 도배되고,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돼 큰 피해를 봤지만 네티즌들의 선의를 알기에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고철을 수집해 힘겹게 모은 800만원을 정신질환 손자가 거리에 뿌린 ‘대구 돈벼락’ 사건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데도 인터넷의 역할이 컸습니다. 대구경찰은 지난해 연말 페이스북에 이 사연을 처음 알렸고, 네티즌들은 돈이 제발 돌아와야 한다는 간절함을 담아 글을 퍼트렸습니다.

효과는 천천히 나타났습니다. 시민 6명이 285만원을 돌려줬습니다. 익명의 50대는 지난 27일 대구의 한 언론사에 5만원권 100장을 남몰래 기부했고 며칠 뒤 한 60대가 파출소에 15만원을 전달했습니다. 횡단보도 위로 날린 뒤 단 1분 만에 사라진 800만원이 정확히 채워졌습니다. 이후 크고 작은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네티즌들은 “부끄러움으로 남을 뻔한 사건이 훈훈하게 마무리됐다”고 칭찬했습니다.

각박한 세상에 내 시간을 쪼개 남을 돕고 선의와 정을 유감없이 보여준 이들이 많아 고맙습니다. 그리고 온정이 인터넷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반갑습니다. 남의 불행을 그냥 넘기지 않고 관심을 넘어 열정까지 보여준 익명의 당신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