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정책 주거안정에 초점 맞췄어야

입력 2015-02-02 02:40
연초부터 전셋값 움직임이 심상찮다. 서울을 중심으로 급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월의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월별 기준으로는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인 1.06%를 기록했다. 점차 수도권으로 확산돼 전세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내로 잡혀 있는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재건축 이주 수요 2만4000가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전셋값 폭등의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셋값 급등은 예견됐다. 저금리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낳고 이로 인한 수급 불균형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주택정책의 핵심 목표를 무시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모두 7회의 부동산 대책을 마련했으나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내실 있는 처방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는 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심화됐고 전셋값 급등이라는 악순환을 낳았다.

정부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추세로 받아들이면서 주거비 부담이 가중된 중산층 이하 가계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월세는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는 주범이란 점에서 우리 경제의 핵심 현안인 내수 활성화에도 치명적 악영향을 미친다.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3%에 달해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정부는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라고 하나 이미 1100조원인 가계부채를 감안할 때 위험하기 짝이 없다.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방안도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것일 뿐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러다 보니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아파트에서 다가구·다세대로 몰리는 등 주거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현 시점에서 마땅한 전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초기에 선제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선 정부는 올해 전셋값 앙등의 뇌관인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 시기를 분산시키는 노력을 해야겠다. 또 사정이 급박한 취약계층의 주거 여건을 먼저 살펴야겠다. 궁극적으로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거래 활성화보다는 주거 안정에 두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