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日인질 살해… 중동선교 위축 우려

입력 2015-02-02 02:53
이슬람국가(IS)에 의해 1일 참수된 것으로 알려진 두 번째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의 모친 이시도 준코씨가 아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 액자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1일(현지시간) 일본인 인질인 고토 겐지(後藤健二·47)를 살해했다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포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토가 일본기독교단 신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선교사들이 심리적 위축과 활동 제한 등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요르단 A선교사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선교사들 사이에서는 요즘 밤늦게 다니는 것을 삼가는 분위기다. 일본인 인질 사건을 계기로 납치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걱정이 앞서다 보니 활동이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레바논 B선교사도 “인질 사건으로 위축되고 있다”며 “중동 사람들은 중국 일본 한국을 동일시하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IS가 아니더라도 유사한 단체들에 의한 모방 납치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르단의 경우는 지난해 12월 말 F-16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조종사인 알카사스베 중위가 IS에 생포됐고 최근 일본인 인질과 함께 국제 뉴스로 떠오르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IS는 핫이슈로 떠올랐다. A선교사는 “요르단 기독교인들은 IS대원이나 온건 무슬림 가리지 않고 ‘무슬림을 조심하라, 살해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선교사들의 선교 사역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IS의 근거지인 시리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 군과 일본인 인질 사건을 계기로 동양인도 언제든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요르단 한국 대사관은 지난 27일 교민들에게 “신변 안전을 위해 사전 허가 없이 시리아에 입국하지 말 것과 시리아 접경 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해주길 당부한다”는 공지 메일을 발송했다. C선교사는 “메일을 받으니 더 실감이 났다. 신경이 자꾸 쓰인다”고 했다.

한편 한국위기관리재단은 30일 ‘최근의 국제 정세에 따른 소속 멤버들의 신변안전 요주의’ 공문을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소속 200여개 단체들에게 발송했다. 공문에는 개인대처 3원칙(항상 깨어 있을 것, 일정·동선에 변화와 보안 철저, 노출 최소화)을 비롯해 이동 시 교통수단 선택 유의, 방문 예정지 정보 최대한 수집, 대형집회 자제, 24시간 비상연락망 가동 등 행동 매뉴얼을 첨부했다.

김진대 한국위기관리재단 사무총장은 “IS의 세력이 동아시아까지 미치게 됨에 따라 한국도 더 이상 테러 무풍지대가 아니다”며 “선교사들이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