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대남(對南)·대미(對美) 대화를 모색하던 북한이 다시 ‘강경 모드’로 선회하고 있다. 소니픽처스 해킹 등으로 야기된 국제적 고립을 한·미와의 협상을 통해 돌파하려던 시도가 별무소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미친개’라 지칭하며 북한 특유의 호전적 태도를 주도하고 있다. 모처럼 조성됐던 대화 분위기가 갈수록 희석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1년 전 이맘때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김 제1비서는 31일 공군·해군 합동훈련을 참관하면서 “우리 인민이 목숨보다 귀중히 여기는 삶의 터전인 사회주의 제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짖어대는 미친개들과는 더 마주앉을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 발언은 “시간이 지나면 이런 정권이 무너지는(collapse)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 오바마 대통령의 22일 언급을 염두에 둔 것이다. 김 제1비서가 참관한 훈련은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하는 훈련으로 지난 23일 서해에서 실시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이뤄졌다.
항상 북한의 대외전략은 5월에서 연말까지 평화공세를 취하다 연초를 돌아 다음해 봄까지 강경전략으로 돌변해 왔다. 3월초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때문이다. 대남·대미 협상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 싸움을 벌이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핵실험·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하며 한반도 안보위기를 야기해 왔다.
지난 30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며 도모했던 북·미 접촉이 무산된 것도 이런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성김 대표는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북한도 내가 도착한 걸 알고 있을 것이고 북핵 문제에 대한 (북·미 간) 실질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은 대화 신호를 일절 보내지 않았다.
북한이 대외고립을 돌파할 다른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4차 핵실험 감행이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두 가지는 미 본토까지 사정권에 둔 대량살상무기인 만큼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 내부 정세까지 긴장시키는 다목적용이다.
더구나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연습’이 임박했다는 점도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일 “북한은 키리졸브 등이 끝나는 4월까지 군사적 긴장을 최고 수준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기획] 김정은, 오바마를 ‘미친개’ 지칭… 강경모드로 선회
입력 2015-02-02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