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층의 금융이해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은 풍부하지만 재무설계나 계획적 소비 등 실제 행동에 약점을 보여 성인 중에서 노인층과 함께 점수가 가장 낮았다. 학자금 대출과 취업난, 결혼과 집 구매에 대한 부담 등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채 ‘차라리 현재에 충실하자’고 다짐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생명보험에 관심이 많은 노인층은 관련 지식이 부족해 노인 관련 보험분쟁이 최근 3년간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성인(18∼79세) 2400명을 대상으로 한 금융이해력 설문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청년층(18∼29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0.3점으로, 최고점을 받은 40대(71.3점)와 10점 이상 차이가 났다. 금융행위(46.2점)에서는 낙제점을 받았고, 금융지식(75.2점)에서도 65세 이상(61.5점)만 제쳤을 뿐 다른 연령대보다 점수가 낮았다. 특히 재무설계와 관련된 항목 중에서 ‘평상시 나의 재무상황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는 편이다’에 대해 청년층은 37.1%만이 ‘그렇다’고 답해 성인 평균(52.0%)을 한참 밑돌았다. ‘노후에 대비해 경제적 준비를 하고 있다’와 관련해서도 긍정적 답변은 22.3%(평균 61.4%)에 불과했다.
또 한국 성인들은 금융에 대해 아는 건 많지만 재무관리 등 금융행위나 태도에서는 국제 평균치를 밑돌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개국 가운데 금융이해력은 14.9점(22점 만점)으로 1위인 독일(15점)에 이어 2위였으나 금융행위에서는 5.1점(평균 5.3점)으로 낮았다. 노인층의 경우 복리계산 등 금융지식이 부족해 이해력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정보가 부족한 노인층은 보험 이용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사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며 노인층 대상 보험가입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만기환급금 없이 재해나 상해, 사망 시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층의 생명보험 관련 분쟁 건수는 2011년 505건(6.1%)에서 지난해 1093건(11.4%)으로 배 이상 늘었다. 특히 보험금지급 관련 분쟁(331건→820건)과 계약 전 알릴의무 위반 관련 분쟁(23건→71건)이 대폭 증가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고가 나거나 가입기간이 만료돼 보험금 청구를 할 때가 돼서야 계약내용이 다르다는 걸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며 “전화로 가입할 경우에도 병력을 정확히 알리지 않으면 보험금 청구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청년층 금융행위 46.2점 ‘낙제 수준’
입력 2015-02-02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