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변했다… 갱년기증후군 체크해볼까

입력 2015-02-03 02:41 수정 2015-02-03 09:57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이 최근 들어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자주 오는 등 눈물이 많아졌다고 호소하는 50대 초반 중년남성에게 갱년기증후군 극복에 도움이 되는 남성호르몬제를 설명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왠지 집중력이 떨어진 듯하다, 가끔 우울한 기분이 든다,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눈물이 난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일이 잦다, 과거보다 정력이 약해진 느낌이다….

모두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중년남성들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누적 관객수 1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둔 휴먼영화 ‘국제시장’을 본 50대 초반의 남자가 영화를 감상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두 번 이상 눈물을 흘렸다면 남성 갱년기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재밌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명동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이윤수 원장은 2일 “영화 국제시장에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며 “만약 50대 초반의 남자가 영화를 보다 이들 장면에서 두 번 이상 감정이 북받쳐 울컥했다면 갱년기장애 관련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통 남자는 감성이 풍부한 여자와 달리 잘 울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감정 조절이 안 돼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전에 없이 자주 눈물이 난다면 이른바 ‘호르몬의 장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갱년기란 노화로 인해 성호르몬 분비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를 가리킨다. 남녀 모두 50세 전후에 거치게 된다. 이 때가 되면 남성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여성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분비가 본격적으로 줄어들면서 각각 이상 증상들을 겪게 된다.

예컨대 전에 없이 피로감을 자주 느끼며, 우울감과 더불어 활력을 잃고, 신경이 예민해져 자주 짜증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성욕과 성기능도 감퇴된다. 이 때 피검사를 해보면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수준(3.0ng/㎖) 이하로 떨어져 있기 마련이다. 바로 남성호르몬 보충 치료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갱년기증후군을 겪는 남성들은 생각보다 많은 게 현실이다. 가깝게는 50여일간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감성이 풍부한 여성들과 같이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린 중년남성들이 그 증거다.

40세 이상 중년남성 3명 중 1명꼴로 갱년기증후군을 경험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울산의대 건강의학과 경윤수 교수팀은 2011∼2012년, 2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18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갱년기증후군 경험자가 3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30대에 절정에 이른 후 40대부터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남성 갱년기증후군은 이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성욕 감퇴, 발기 부전 등의 성기능장애가 가장 흔한 증상이다. 그 외에도 공간 인지능력 저하, 의욕 저하, 불안, 우울 등의 심신 이상 증상, 복부를 중심으로 하는 체지방(뱃살) 증가와 체형 변화, 피부 노화 등의 근·골격계 이상 증상, 만성피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남성 갱년기증후군은 부족한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해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은 인공(합성) 테스토스테론제제를 사용한다.

대부분 박태환 선수가 복용, 도핑논란이 일고 있는 ‘테스토스테론운데카노에이트’ 성분(상품명 네비도)과 같이 남성호르몬 역할을 하는 테스토스테론 파생물질이다.

제형은 네비도처럼 엉덩이에 놓는 근육주사제와 먹는 약(안드리올), 피부에 붙이거나(테스토패치) 바르는 약(테스토겔), 뿌리는 약 등 크게 4가지가 있다.

어떤 종류건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암과 같은 전립선질환이 있는 남성은 사용이 금지돼 있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전립선암 발병을 촉진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간 남용하는 것도 금물이다. 관상동맥질환, 적혈구증대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 원장은 “호르몬 치료는 일부 장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신체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치료 방법이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을 한 뒤 자신에게 꼭 맞는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