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만 하더라도 최나연(28·SK텔레콤)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골퍼였다. 세계랭킹 2위를 달리며 ‘여왕’ 등극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자 런던올림픽을 참관하는 여유마저 부렸다.
하지만 2012년 11월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통산 7승을 달성한 뒤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그 사이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그의 위상을 대신했고,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 김효주(20·롯데) 등 후배들도 추월했다.
랭킹 17위까지 밀리며 잊혀져 가는 듯 했던 그가 1일(한국시간) 2년 2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8승째를 올렸다. 미국 플로리다주 오캘러의 골든 오캘러 골프클럽(파72·6541야드)에서 열린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 리디아 고(18)와 장하나(23·비씨카드), 제시카 코르다(22·미국)를 1타차로 제치고 2015시즌 개막전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우승 상금 22만5000 달러(2억4000만원)도 챙겼다.
최나연은 2009년 9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따낸 이후 2012년까지 해마다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2013년과 2014년 50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다가 올해 첫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단독 선두 리디아 고에 3타차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최나연은 1타차 뒤진 17번홀(파4)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최나연이 어렵게 파로 막은 반면 리디아 고는 두 번째 벙커샷이 나무를 맞으면서 5타 만에 그린에 올라왔고 이 홀에서 2타를 잃고 1타차로 뒤졌다. 마지막 홀에서 두 선수가 모두 파를 기록하며 최나연의 우승이 확정됐다.
그간 시즌 후반에 가서야 우승했던 최나연이 처음으로 시즌 초에 승수를 추가한 데는 최근 집중적인 체력훈련이 도움이 됐다. LPGA 투어가 매년 전장이 늘어나면서 쇼트게임에 강점을 보이는 한국선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최나연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1주일 내내 웨이트트레이닝을 거르지 않았다. 이날도 정오에 경기가 시작됐지만 오전에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뒤 최종 라운드를 펼쳤다.
최나연은 “동반 플레이를 한 선수 중에서 내가 가장 경험이 많았지만 우승한 지 오래돼서 그런지 긴장이 됐다. 오랜만에 우승이라 행복하고 이번 시즌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 홀 짧은 파 퍼트를 남겼을 때도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동료 선수들이 샴페인을 뿌려주는 즐거운 분위기 덕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면서 “스코어카드 내러 가다가 울고 계시는 엄마와 포옹할 때도 눈물이 고였다”고 했다.
LPGA 신인 장하나도 챔피언 조에서 최나연과 리디아 고를 1, 2타 차이로 추격하며 역전을 노렸으나 끝내 1타가 부족했다. 박인비는 4언더파 284타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최나연이 돌아왔다… 2년 2개월만에 역전 우승
입력 2015-02-02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