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기독교인은 무신론자?

입력 2015-02-02 02:50

로마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을 무신론자라 놀렸다. 기독교는 이상한 게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황제 숭배를 거부했다. 황제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제의와 의식을 거절했다. 그들은 거창한 종교 의례 대신 가정에서 모여 함께 밥을 먹으며 말씀과 삶을 나누었다.

신이 인간이 되었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처음부터 신이 아니었거나, 구차하게 인간이 될 리 없다. 신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도 부정하자 혀를 찼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결정적으로 신이 도무지 신 같지 않다. 제국의 변방 청년, 그것도 십자가에 달린 사형수가 신이라는 말에 그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건 신이 아니라 패배자다. 영락없는 무신론자다.

초대교회가 신의 형상화를 거부한 것은 십계명과 우상화의 문제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들은 그 자신이 보이지 않는 신의 형상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내 얼굴이 하나님의 얼굴이 되고, 내 삶이 예수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내 몸이 성전이 되고, 내 존재가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살아 있는 증명이길 원했다. 그렇다면, 달리 하나님의 모양을 만들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지 않으니 자꾸만 뭔가를 만들고 보태고 입으로 때우는 게 아닐까?

김기현 목사(로고스서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