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고달픈 젊음을 위로하는 담담한 가사로 사랑받았던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이하 달빛요정)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가 오는 8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 중이다.
2011년 달빛요정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노래를 들은 극단 차이무 민복기 연출은 “노래 하나하나가 영화 소재가 될 것 같았다”며 처음으로 뮤지컬 작업에 뛰어들었다. DJ캐준(박해준 분)의 라디오 방송에서 흐르는 달빛요정의 노래를 들으며 자살할 마음을 접게 되는 고등학생 송아리영(김소정 분)과 SOS 사랑의 전화 상담원 은주(김소진 분), 그리고 중간 중간 달빛요정(박훈 분)이 등장해 현대 사회의 고독과 소통을 말한다.
◇다양한 소재로 골라보는 재미 가득=최근 서울 대학로 무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중소규모의 창작뮤지컬이 등장하고 있다.
5일부터 3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타이거’는 백두산 호랑이가 살아있다는 가정 하에 이를 찾아나서는 동물학자 홍승혁(김준겸 분)이야기다. 미국 작곡가 론 브랜튼이 곡을 썼고 그의 아내 김향란씨가 대본을 완성했다. 야생 호랑이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드러나는 인간의 탐욕과 배신, 환경보호에 대한 시선까지 담아낸다.
‘난타’의 제작사인 PMC프로덕션은 오는 27일부터 4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의 막을 올린다. 15세 이상 관람가 작품으로 백설공주 동화를 모티브로 했지만 주인공은 난쟁이 나라의 찰리(정동화·조형균 분)다. 동화나라 무도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인생 역전을 꿈꾸는 그의 모험이 펼쳐진다. 백설공주(최유하 분)와 인어공주(백은혜 분), 신데렐라(전역산 분)도 모두 등장한다.
‘봄날’은 ‘포에틱(Poetic·시의) 뮤지컬’을 표방한다. 21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개막하는 이 작품은 2001년 초연된 연극 ‘봄날은 간다’를 원작으로, 기존 뮤지컬 형식에서 벗어나 시와 같은 여백의 미를 강조한다. 어머니와 배다른 남매 은호, 수야의 얽힌 이야기와 아름다운 추억 여행이 펼쳐진다. 지난 31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1관에서 공연 중인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의 경우 야구선수 김건덕과 이승엽을 그린다. 1994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직후 ‘제2의 선동열’로 불렸던 김건덕(안재영 분)과 이승엽(김영철 분)에게 벌어진 실화다.
◇검증된 창작뮤지컬도 대거 돌아온다=기존에 발표됐던 뮤지컬도 새로운 옷을 입고 잇따라 막을 올린다. 뮤지컬 ‘아가사’는 지난해 초연 당시보다 3배 규모로 커진 대형극장(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11일부터 공연되는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영국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가 열하루 동안 실종됐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미스터리물이다. 최정원(46), 김재범(36), 윤형렬(32), 슈퍼주니어 려욱(본명 김려욱·28) 등 스타 캐스팅으로 새 면모를 과시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뮤지컬 ‘파리넬리’는 오는 4월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초연 당시 단 6억원의 제작비를 투여해 카스트라토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선사했다는 호평이 줄을 이은만큼 재공연에도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완성도 있는 창작 뮤지컬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관객들은 라이선스 뮤지컬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우리 정서’가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일 “지난 몇 년 간 창작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지원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창작뮤지컬 풍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입력 2015-02-02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