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작춤의 대모 “현대·세계와 공감하고파”

입력 2015-02-02 02:38

“무용은 이야기를 몸으로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몇 겹이나 싸 입은 옷을 뚫고 나오는 기운을 느낄 정도로 훈련을 해야 합니다.”

‘한국 창작춤의 대모’로 불리는 김매자(72·사진) 창무예술원 이사장은 60년이 넘도록 무대 위에 설 수 있었던 비결은 ‘훈련’이라고 했다. 끊임없는 훈련을 토대로 김 이사장은 1500회가 넘는 국내·외 공연을 했고 우리 춤의 우수성을 알렸다.

그의 노력은 무용계도 인정했다. 김 이사장은 춤자료관 연낙재가 근대 전통무악의 거장 한성준 선생의 업적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올해 제정한 ‘한성준 예술상’ 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는 10일 시상식을 앞두고 지난 달 30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포스트극장에서 젊은 무용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던 김 이사장을 만났다.

“‘한성준’은 무용계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에요. 그분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을 가장 먼저 받는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어요. 젊을 때 없었던 상복이 뒤늦게 터졌나 봅니다.”

김 이사장은 최승희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주류로 꼽혔던 신무용(서양무용)을 탈피한 인물이다. 76년 ‘전통의 현대화’를 위해 창무회(創舞會)를 창단했다.

“일제시대 이후 서양 문물이 갑자기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발레 등 서양무용에만 집중했어요. 민속무용, 고전무용은 구식이고 촌스럽다고 봤죠. 하지만 몸을 꺾으며 추는 서양 춤과 달리 우리 춤은 다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과 호흡으로 표현하거든요.”

김 이사장은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침향무’ ‘꽃신’ ‘춤본’ ‘숨’ ‘심청’ ‘얼음강’ 등 창작 무용을 만들었다. 해외에선 그의 춤을 ‘가장 한국적인 현대무용’이라며 극찬했고 러브콜을 보냈다. 2011년 교토조형예술대 무대예술센터는 김 이사장을 집중 연구하는 심포지엄을 갖기도 했다. 올 11월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투어에 나선다. 내년 2월 미국 공연도 추진 중이다.

한성준예술상 심사위원회는 “파격적 실험과 도전정신으로 한국 춤의 예술미학을 한 차원 높게 승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지금도 안무가, 무용가, 그리고 포스트극단 운영자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 이사장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있다. 한국 춤이 세계무대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는 것이다.

“우리 춤을 현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창작했어요. 앞으로는 전 세계인이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소재를 이용해 우리 춤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습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