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세상에서 책 읽기는 그나마 정신줄을 붙잡아 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후 속도는 빨라지고 정보는 넘치고 나의 촉수가 온통 곤두선 상태가 지속된다. 이럴 때 책 읽기는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책을 읽는 기쁨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가장 좋은 점이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것, 내 숨소리가 고르게 된다는 점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전자책에 친숙해질지 모르겠으나 아직은 손에 닿는 책의 무게가 나를 안심시킨다. 종이에 손끝이 닿는 그 아날로그적 촉감이 좋다.
내 머릿속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차근차근 파악하게 되는 점도 책 읽기 속도가 주는 장점이다. 섬광처럼 번쩍이던 정보들이 마치 별자리처럼 차근차근 체계를 잡아가고 복잡한 듯 보이던 현상들의 원리가 파악된다.
이런 시간을 바쁜 일상의 사이사이에 마련하기 위해서 현명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집 이곳 저곳에 책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베개 옆 한 권, 마루에 한 권, 화장실에 한 권, 책상에 한 권 하는 식이다. 꼭지별로 가볍게 읽는 책, 한 장을 읽을 정도로 긴 호흡이 필요한 책, 일상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나를 인도하는 책,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책 등 각기 성격이 다르다. 이렇게 일상의 공간 곳곳에 책을 열어두는 장치를 마련하면 그 공간에 들어설 때 마음의 스위치가 켜진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라, 차분하라, 생각하라, 느끼라!
이 정신없이 바쁜 세상에서 책 읽는 시간의 기쁨을 사람들이 만끽했으면 좋겠다. 말초적 자극이 아니라 본질적 기쁨이다. 수동적인 시간이 아니라 능동적인 시간이다. 다른 사람들이 마구 간섭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찾는 시간이다. 수다만 떠는 게 아니라 듣는 시간이고 대화하는 시간이다.
공부 잘하기 위해서 책을 읽으라고? 아니다. 살아 있는 기쁨을 더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나의 마음과 정신과 영혼의 기쁨을 더하기 위해서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그 기쁨의 시간을 하루 안에, 일상의 공간 안에 잘 배치해보자.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책 읽는 시간의 기쁨
입력 2015-02-02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