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정부세종청사 내 상가 임대료를 해마다 10% 가까이 인상을 추진하면서 정부판 ‘갑(甲)의 횡포’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청사에 입주한 대형마트인 하나로마트마저 비싼 임차료에 폐점을 결정했고, 영세 상인들은 집단 휴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임차인 권리금 보호 등을 담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한 정부가 정작 자신의 앞마당에선 가혹한 집주인처럼 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행자부 산하 정부세종청사관리소 등에 따르면, 관리소는 이달 초 청사 내 15개 상가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9%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1∼15동이 연결된 세종청사에는 6동에 세탁소, 꽃집 등이 들어선 공무원복지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관리소는 이들 상가에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방적으로 9% 인상을 통보한 것이다.
2013년 초 세종청사 개청 직후부터 이 매장에서 13평 규모의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의 경우, 입주 당시 1년 임차료는 366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4348만원(월 362만원꼴)을 내야 할 처지다. 2년 만에 7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상가 주인들은 청사 주변 상가 임대료는 내려가는 추세인데 정부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청사 인근 첫마을에 김씨 가게와 같은 크기의 상가 임대료는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200만원 정도다. 청사 내 상가가 보증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임대료가 월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첫마을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년 전에 비해 청사 인근 상가 임대료는 20∼30%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높은 임차료와 홍보 부족으로 인한 매출감소가 겹치면서 옷가게와 분식집 등 청사 내 상가 4곳이 폐업했다. 세종청사에 2군데 입주했던 하나로마트도 정부의 9% 임대료 인상 방침에 오는 3월부터 1곳을 폐점하기로 했다.
청사 내 상인들은 다음주 중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정책과에 항의 방문한 뒤에도 임대료 인상폭이 낮춰지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청사 내 상가 임대료 상승률은 법에 따라 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유재산법은 상가 임대료 인상률을 최대 9% 범위 내에서 개별공시지가·시가표준액 상승률에 연동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세종청사의 공시지가, 시가표준액이 많이 올라 9% 인상이 결정됐다”며 “국유재산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인상률을 낮추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상가 임차인 보호 헛구호였나… 세종청사 상인 울리는 ‘정부의 갑질’
입력 2015-01-31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