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깬 큰딸에게 복통약이라며 수면제 건네… 서초 세모녀 살해한 가장 구속기소

입력 2015-01-31 02:26
‘서초 세 모녀 살해 사건’의 피의자는 자기애와 성취욕이 강한 인물로 분석됐다. 자기 혼자만 자살하면 남은 가족이 더욱 불행해질 것이라고 착각해 참혹한 일을 저질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기룡)는 ‘서초 세 모녀 사건’ 피의자 강모(47)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 6일 새벽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43)와 작은딸(8), 큰딸(12)을 차례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수면제가 든 와인을 마시고 거실에서 잠든 아내를 오전 3시쯤 스카프로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이어 오전 3시10분쯤 베란다로 가서 담배를 피운 뒤 평소 착용하던 목도리를 들고 안방으로 가 엎드린 채 잠들어 있던 작은딸을 살해했다. 강씨는 범행 도중 아내의 목에 묶여 있던 스카프를 풀어서 작은딸을 확실히 숨지게 하는 데 썼다.

오전 3시30분쯤 강씨가 큰딸의 방에 들어서자 인기척을 느낀 큰딸은 잠에서 깼다. 큰딸은 강씨에게 배가 아프다고 했고, 그는 “배 아픈 데 먹는 약”이라며 수면제와 물 컵을 건넸다. 강씨는 큰딸을 쉽게 살해하기 위해 “날씨가 추워지니까 바닥에서 자라. 바닥이 따뜻하다”고 권했다. 큰딸은 강씨의 말대로 수면제를 먹고 바닥에 엎드려 잠들었다. 큰딸이 잠들기를 기다린 그는 목도리를 이용해 숨지게 했다.

강씨는 구직과 주식투자에 실패하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두 딸에게 실직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12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여간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처럼 집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마지막 직장을 퇴사할 때 아파트를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았고, 이 돈으로 아내에게 매월 400만원씩 생활비를 줬다.

강씨는 지인의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구직 활동을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았다. 주식투자 실패로 3억원을 잃은 데다 원리금 상환일까지 다가오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리행동분석 결과 강씨는 우울증 이외의 정신질환은 없었고, 자기애·성취욕이 강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