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하사 아가씨’

입력 2015-01-31 02:10

아니, 자다가 봉창을 두드려도 이렇게까지 두드리다니.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비례대표)이 29일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위에서 최근 여군 하사관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육군 여단장 사건에 대해 이렇게 발언했다. “그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전국 지휘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외박을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정 관리가 안 되고, 섹스 문제 관리가 안 되는 것들이 문제를 야기시킨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여단장 문제가 나왔을 때 그 하사 아가씨가 옆에 (하사관) 아가씨한테 얘기했다.”

똑똑한 영관장교가 일 잘하기 위해 외박을 안 나가고, 그러다 보니 성생활 관리가 안 돼 ‘하사 아가씨’를 상대로 성폭행까지 했다는 얘긴데…. 그러면 워크홀릭들은 잠재적 성폭행범들이고, 외박하면 무조건 ‘관리’를 해야 하나. 공식 회의에서 여군 부사관들을 ‘아가씨’로 표현하는 평소 인식은 또 어떤 것인지. 이런 수준의 의원에게 세금을 쓴다는 게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는 서울 북방을 지키는 1사단장과 3사관학교장을 거쳐 군 핵심 보직인 국군 기무사령관을 지낸 육군 중장 출신이다. 그동안 군내에서 이런 일이 다반사여서 형성된 평소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기무사는 방첩 활동은 물론 군내 각종 위해요소를 점검하고 개선안도 낸다. 그가 지금 기무사령관이라면 이런 보고서를 생산했을 것이다. ‘성생활 관리를 위해 전군 장교들을 출퇴근을 시키든지, 그렇지 못할 경우(미혼 포함) 엄정한 군기를 위해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영내 위락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이 시설 이용 실적이 저조할 경우 사고 날 위험이 있으므로 관심 장교로 분류해 관찰해야 한다.’ 송 의원이 사과하고 특위위원을 사퇴했지만 그 정도로 끝날 일은 아니다. 요즘 아무리 정치 수준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정말 국회의원 아무나 시키면 안 된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