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사실에 근거해 어떠한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현상들은 그 원인과 결과의 규명을 통해 과학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힘’을 의미하는 다양한 용어가 등장한다. 지구력, 저항력, 그리고 원심력과 구심력 등이 아마도 귀에 익은 단어일 것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물리적 현상의 설명에 사용되기도 하고 생물적 또는 화학적 현상을 해석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그중 친화력이란 용어는 물리화학적 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현상도 설명하는 가장 폭넓은 의미를 지닌 낱말일 것이다.
놀거리가 흔치 않았던 60, 70년대에는 골목문화가 있었다. 또래 아이들은 방과후 동네 골목에서 여러 놀이를 함께 하며 사회성을 익혔다. 골목대장을 위시한 위계질서의 엄중함에 대한 체험이 입문 과정이었다. 당시 함께했던 놀이는 대부분 물리적인 힘을 이용한 것들이었다. 팽이놀이, 구슬치기, 딱지치기가 그러했다.어디서나 즐길 수 있었던 팽이치기는 원심력과 구심력을 잘 보여주는 놀이다. 원운동을 하는 물체가 지닌 힘을 이미 어린 시절 학습했던 것이다. 일정한 궤도를 지니고 회전하는 물체에는 중심이 존재한다. 이 경우 실제로 존재하는 힘은 원의 중심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작용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구심력이다. 또한 운동을 하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관성을 지니게 되는데, 원운동에서는 이것이 원심력으로 설명된다. 이는 구심력과 같은 크기이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가상적인 힘이다.
구심력과 원심력이 힘의 균형을 이룰 때 팽이는 쉬지 않고 돈다. 원심력을 유지하기 위해 줄팽이는 순간의 힘을 이용하여 힘차게 줄을 풀어줘야 하고 얼음팽이는 채찍을 가해야 한다. 원심력이 약해져 구심력과의 평형이 깨지면 팽이는 쓰러진다. 중심을 향하는 구심력만으로 운동성을 유지할 수 없다. 이를 견제하고 긴장감을 주는 가상적인 힘이 있어 팽이는 멈추지 않고 중심을 유지한다.
골목문화가 있던 그 시절, 가난했지만 불우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또래집단에서 서로에게 느꼈던 친화력이었을 것이다. 새가 양 날개로 날 듯 사회도 보수와 진보라는 두 사고의 건전한 양립을 통해 발전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양립을 허용하는 최소한의 친화력이야말로 사회라는 팽이가 중심을 잃지 않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진일보하게 하는 힘일 것이다.
노태호(KEI 글로벌전략센터장)
[사이언스 토크] 따로 또 같이하는 힘
입력 2015-01-31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