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엄마의 마음, 하나님 마음

입력 2015-01-31 01:19
딸아이가 네 살 무렵 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 뒷길에는 작은 슈퍼가 하나 있었다. 주로 시장이나 대형마켓에서 한꺼번에 장을 봐와서 식사준비를 했지만 가끔은 파나 감자같이 간단한 식자재가 떨어지면 그 작은 슈퍼를 이용했다.

그 즈음, 걸음걸이도 단단해지고 언어 구사도 제법 늘어난 딸아이는 독립심이 생겼는지 어느 날부터인가는 자신이 그 가게에 심부름을 다녀오겠노라며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렸다. 가깝다고는 하나 차가 다니는 골목을 건너야 하는 위치여서 망설였지만 결국 딸의 고집에 지고 말았다. 안심이 안 된 나는 아이의 뒤를 몰래 따랐다. 여차하면 뛰어나가 아이를 지키겠다는 어미의 마음으로 뒤를 따르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가는 길에 마주치는 모든 사물에 일일이 아는 체를 하고 온갖 참견을 다 하며 세월아 네월아 여유작작하게 가고 있었다.

딸아이가 가다 말고 잠시 쭈그려 앉아 무어라 중얼거리던 지점에 나도 쭈그려 앉아보니 아주 작은 냉이꽃 무리가 소담하게 피어 있었다. “작은 꽃들아, 안녕?” 보나마나 아이는 이렇게 냉이꽃에게 말을 거느라 지체했을 것이다. “냉이꽃아!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럽니?” 나도 딸애처럼 말을 걸고 꽃송이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다시 아이의 뒤를 따랐다.

그날 저녁 식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계란탕을 앞에 둔 딸애의 얼굴은 자랑스러움으로 반짝하고 빛이 났다. ‘계란 탁! 파 송송!’의 그 파가 바로 그 파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눈을 팔 때에도, 위험한 골목길을 지날 때에도 언제나 우리 뒤를 따르며 지키시는 하늘아버지가 계시다는 사실이 크나큰 위로가 된다. 어제 장을 보러 가보니 냉이와 달래 등 봄나물이 제법 많이 나와 있기에 냉이 한 단을 성큼 집어왔다. 오늘 저녁에는 바지락 조갯살을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 넣고 냉이 향 가득한 된장국을 끓여 식탁에 올려야겠다. 봄이 가까운 주말이다.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