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못나가서…”, 피해 여군엔 “아가씨”… 송영근 의원, 성폭행 여단장 관련 발언 파문

입력 2015-01-30 03:17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아가씨’ 발언과 관련한 해명 기자회견을 가진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최근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육군 여단장(대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인 대령을 노골적으로 옹호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열심히 일하려다 (1년 동안) 외박도 안 나가 성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 것이다. 심지어 피해자인 여군 하사를 ‘아가씨’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군 기무사령관 출신인 송 의원은 29일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에서 “들리는 얘기론 이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측면을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 지휘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상적으로 나가야 할 외박을 제때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가정관리가 안 되고, 관리가 안 되는 그런 것들이 이런 문제(성폭행)를 야기한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피해자인 여군 하사를 가리켜 ‘아가씨’라고 호칭해 의원들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군내 성문제 등 고충을 토로할 옴부즈맨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여단장 문제가 나왔을 때 그 하사 아가씨가 옆 아가씨한테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하사관을 아가씨라 하는 관점이 바로 이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문제를 삼았다. 정병국 특위위원장은 송 의원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속기록에서 삭제토록 지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송 의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방부대 지휘관이 정상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였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지혜롭지 못했던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가씨 발언’에 대해서도 “모든 여군 부사관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에 대해 간곡히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며 사과했다.

야권은 즉각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및 의원직 사퇴 등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당내 성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해 ‘성누리당’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며 “송 의원뿐 아니라 새누리당이 나서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송 의원 발언에 대해 윤리위 제소 검토 등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송 의원의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