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 부담 낮춰 시한폭탄 가계빚 리스크 줄인다

입력 2015-01-30 03:36

금융위원회가 29일 2%대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은 ‘가계대출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완충장치라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고육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1100조원으로 추산되는 가계부채, 360조원 규모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거시경제 운용에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1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가계대출 증가로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2013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분기별 성장률이 0%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후 가장 빠르게 늘어난 것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세계 각국이 연초부터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리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그럴 처지가 못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슈도 부담이다. 완연한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올 상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우리도 이에 가세할 수밖에 없지만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까지 뛰면 고스란히 가계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장의 기준금리 인하도, 향후 수개월 이후의 기준금리 인상도 못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올해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이거나 이자만 내고 있는 거치식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금을 상환하는 비거치식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련 구조개선 노력을 해왔지만 성과가 미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23.6%,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은 26.5%에 불과하다.

정부는 적격대출(주택금융공사를 통한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해 두 가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출액 전액을 분할 상환하는 상품은 20년 만기 2.8%의 고정금리로, 70% 부분 분할하는 상품은 20년 만기 2.9%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나온다. 예를 들어 4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서 5년 만기 연 3.5%의 변동금리, 일시상환 조건으로 2억원을 대출한 직장인(연소득 5000만원)이 2.8% 고정금리 전액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면 20년간 이자 1억4000만원을 내고 만기에 2억원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했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분할상환으로 월 상환액이 51만원(58만원→109만원) 늘어나지만 20년간 이자는 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금리가 상승해도 부담이 없고, 장기 주택담보대출 관련 이자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출기간 동안 총 1000만원 상당의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라며 “올해 20조원 규모의 대출 전환 성과를 지켜본 후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