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회고록 논란] “박근혜 세종시 수정안 강력 반대 배경 ‘정운찬 대망론’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

입력 2015-01-30 03:22
이명박 전 대통령은 29일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통해 현 정부와도 일정 부분 각을 세웠다. 2009년 자신이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으로서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배경에 대해 당시 횡행했던 ‘정운찬 대세론’과 무관치 않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이 같은 언급은 박 대통령의 세종시 원안 고수가 ‘정치공학’이라고 콕 집어 말한 것으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정치공학적 이유로 무얼 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정치인 시절이나 대통령 취임 이후에나 이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지난 일을 꺼내 ‘그게 정치공학 아니냐’고 한 것은 일종의 신경전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맨 먼저 정운찬 대세론을 꺼냈다. 그는 “언론이 일제히 ‘정운찬 (총리 후보자),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라고 보도한 뒤 여당 일각에서도 가만있지 않았다”면서 “특히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이른바 ‘한나라당 비주류(친박·친박근혜)’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썼다. 이어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안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면서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가 논란을 빚던 2009년 9월 16일 오전 나는 박 전 대표와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만났다”며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했다. 세종시 문제가 충청도민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또 강조했다”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내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내가 박 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신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