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MB, 이 시점에 회고록 출간 왜… 정치권 겨냥 ‘공세적 방어’

입력 2015-01-30 03:03

이명박(얼굴) 전임 대통령이 최근의 정치 현안 전반을 둘러싸고 야당과 현 청와대·여당까지 겨냥해 정면으로 맞불을 놨다.

다음달 2일 출간될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통해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자원외교는 물론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추진 비화(秘話) 등을 모두 공개한 것이다.

왜 이 전 대통령이 민감한 시점에 논쟁적 사안만 골라 터뜨렸는지 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집권 3년차 초반부터 20%대로 곤두박질친 국정수행 지지율로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를 맞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야당에 대한 ‘공세적 방어’이자 박근혜정부 전체에 대한 견제라는 해석이다. 그런가 하면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를 결집시켜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 구도를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를 ‘국고낭비’라고 규정해 왔다. 정부여당도 이를 방임하는 태도를 취했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국조를 “형식은 야당 주도, 내용은 여권 동조”라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자원외교 부분을 상세히 언급한 연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초 업적 정도만 기술하려던 자원외교 부분에서 야당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형태로 책 내용을 바꿨다는 것이다. “야당의 비판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거나 “자원외교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한 대목이 그렇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던 박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던 배경을 ‘정운찬(당시 총리 후보자) 대세론’과 연결시켰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현 정부의 부정적 평가 역시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부실이라) 결론내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회고록에 대한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의 반응은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친박이 “직전 대통령이 너무 빨리 정치사안을 언급했다”고 불만인 반면, 비박 측은 “역사기록은 의무”라며 환영했다.

새정치연합은 “전직 대통령의 책임회피”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공격했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2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은 그만하고 국조 증인으로 나와 국민 앞에서 증언하라”고 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강을 살리겠다고 4대강에 수십조원을 쏟아 붓고는 비판이 일자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투자라고 우기느냐”며 “뜬금없는 주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회고록은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3년 만인 2000년 회고록을 펴냈다. 외환위기의 책임을 감추고 치적만 자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11년 상·하 두 권짜리 회고록에서 “1992년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선 후보에게 3000억원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2003년 2월 퇴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10년 8월에야 회고록을 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듬해인 2009년 사망했지만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을 펴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