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호주 아시안컵] ‘질풍노도’ 손흥민·‘산전수전’ 케이힐, 골 넣는 자가 강하다

입력 2015-01-30 03:48
둘은 플레이 스타일과 포지션이 다르다. 한 명은 골 욕심이 남다르다. 빠른 스피드와 탁월한 개인기로 그라운드를 휘젓는다. 한국 대표팀의 왼쪽 날개 손흥민(23·레버쿠젠)이다. 다른 한 명은 어린 시절 럭비를 해 몸싸움을 잘한다. 위치선정 능력이 탁월하고 문전 헤딩 능력도 일품이다. 그는 호주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 팀 케이힐(36·뉴욕 레드불스)이다.

‘아시아 최고 골잡이’라고 자부하는 두 선수는 31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드니에서 열리는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못 말리는 ‘손세이셔널’=손흥민은 소속팀에서 전반기에만 11골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 상대팀들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혔다. 조별리그에서 감기 몸살 때문에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토너먼트에선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선 2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라크와의 4강전에선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4개의 슈팅 가운데 3개가 유효슈팅이었을 정도로 탁월한 슛 감각을 뽐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상대 수비수 2∼3명이 압박해도 여유 있게 제치고 돌파를 하거나 슈팅을 날렸다. 키커로도 나서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손흥민은 케이힐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결승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한다. 2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이 멀티골을 터뜨려 한국의 우승을 이끈다면 MVP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호주 수비수 제이슨 데이비슨(24·웨스트브롬위치)은 29일 호주 방송 SBS와의 인터뷰에서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은 환상적인 선수”라며 “결승전에서 반드시 손흥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세등등한 ‘백전노장’=호주 축구 역사상 A매치 최다 골(39골) 기록을 가지고 있는 케이힐은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다. 케이힐은 쿠웨이트와의 개막전에서 동점골을 넣어 4대 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어 중국과의 8강전에선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을 선보이며 혼자 2골을 넣었다.

공격수로는 키가 178㎝로 작은 편이지만 놀라운 헤딩 능력을 자랑한다. 측면 돌파와 크로스로 이어지는 호주의 득점 루트는 케이힐의 헤딩 능력이 있어 가능하다. 서전트점프(제자리 뛰기)가 86㎝에 달하는 그는 2010년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헤딩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은 호주의 크로스가 케이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케이힐은 이날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강한 팀이고 체력적으로도 우수하다”면서도 “우리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경기를 한다면 상대를 무너뜨릴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연장 승부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약 95분간의 시간에 누가 더 정신적으로 강하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