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를 방문했을 때 ‘흡연실’이 눈에 띄었다. 교회에 웬 흡연실? 본당이 있는 1층에 들어서니 어린이 놀이터 같은 ‘M. KIDZ’ 공간이 보였다. 그 옆엔 카페 ‘파구스’가 넓게 자리했다. 만나교회의 가장 좋은 위치에 이들 공간을 ‘공격적’으로 배치한 이유가 궁금했다.
김 목사는 최근 ‘누가 왕인가?’(두란노)를 출간했다. 교회 개혁을 바라는 그의 마음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7층 목양실에서 만난 김 목사는 교회 개혁부터 흡연실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책에서 한국교회 위기를 지적하며 교회 개혁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요.
“교단에서 선거할 때 후보자들이 공통되게 하는 말이 있어요. 내가 개혁해 보겠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만 없어져도 위기는 해결됩니다. 개혁은 절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돈을 안 쓰고는 올라갈 수 없는 자리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제게 장외에서 개혁, 개혁하지 말고 직접 감독하라고도 합니다. 일리 있는 것 같지만 지금 같은 환경에서 개혁한다고 그 자리로 가다간 변질될 수 있습니다.”
사울 다윗 솔로몬 여로보암 아사 아합…. 김 목사가 이스라엘의 열두 왕을 책에서 소개하며 지금 이 땅에 외치고자 한 메시지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왕의 자리에 가려고 했던 사람들, 권력을 잡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란 말을 제일 많이 한다”며 “그런데 사실 그 자리에 올라가면 하나님의 영광은 없다”고 직언했다.
-결과적으로 해법은 하나뿐이네요.
“래디컬(Radical·급진적)은 세상을 바꾸는 어떤 투쟁이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교단도 처음 교회를 섬기려고 했던 때로 돌아가야 합니다. 교단장도 첫 마음, 섬김의 자리로 돌아가면 됩니다.”
-교회에 흡연실을 둔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담배 때문에 교회에 들어오지 못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시간을 참지 못하는 거지요. 그러면 그분들은 어디서 복음을 접할까요. 흡연실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생중계합니다. 모 연예인은 교회에 나오자마자 흡연실로 직행했고, 지금은 영성훈련까지 마쳤습니다. 흡연실에서부터 시작해 변화된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김 목사의 목회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기존 신자들에게 익숙한 교회를 거부한다. 교회는 예배 공동체에 들어오지 못한 이를 어떻게 예배로 흡수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교회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편안한 교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만나교회 제일 좋은 자리에 어린이를 위한 ‘M. KIDZ’를 마련했고, 이웃 주민을 위한 카페도 둔 것이다.
-자칫 세상과 타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과는 타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교회가, 크리스천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주님은 세상 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런데 요즘 교회는 세상과 구별된 곳이고, 거룩하지 못한 사람은 못 들어오게 합니다. 크리스천은 분명 세상과 다르지만 세상 안에 있습니다. 세상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쓴소리를 많이 하셔서 공격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 큰 교회 목사이고, 아버지(고 김우영 목사)에 이어 담임을 맡은 것 때문에 지난 11년 동안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습니다. ‘세습’은 아직도 제게 십자가입니다. 그래서 교회에 분쟁이 없도록 많이 신경을 썼고요. 그럼에도 교회는 (말 만들어내기) 좋은 소스잖아요. 지난해 페이스북에 세월호, 문창극씨, 개혁설교 등에 대해 의견을 썼다가 논쟁이 붙었습니다. 장외로까지 번졌고요. 일방적으로 매도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사랑이 먼저다’(규장에서 같은 제목으로 책 출간)란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공의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크리스천이라면 ‘사랑이 이긴다, 사랑이 먼저다’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공의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사랑이 없는 공의는 무섭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을 계속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리더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선적이 되어선 안 되지만, 세상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끌어안고 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가시 같은 댓글도 들어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중요한 목회 현장입니다.”
성남=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책과 영성] “개혁하자는 사람 없어야 진짜 개혁됩니다”… ‘누가 왕인가?’ 펴낸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
입력 2015-01-31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