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핀테크(FinTech) 열풍이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 안을 제시하며 핀테크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금융권은 대비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IT·금융 융합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전자금융업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최소 자본금 수준을 완화하고 전자지급수단 이용한도를 확대하는 등 핀테크 성장 지원책을 내놨다. 온라인전문은행은 이르면 올해 안에 등장할 전망이다.
대세가 된 핀테크 흐름에 맞춰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카드사들은 간편결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조직개편을 통해 전담 조직을 꾸리고, 관련 서비스도 속속 내놓으며 핀테크가 기회일지 위기일지 살피고 있다.
◇핀테크가 뭐길래=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기술이 융합된 금융서비스를 의미한다. 국내에선 핀테크 논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지급결제시스템 문제로 중국인들이 국내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기 어렵다는 내용)에서 시작돼 ‘간편결제=핀테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급결제, 해외송금, 자산관리, 대출 등 핀테크 진출 영역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페이팔, 알리페이, 위뱅크, 뱅크월렛카카오, 카카오페이 등이 있다.
◇금융권 한목소리로 “핀테크 강화하겠다”=새해 금융권 수장들은 핀테크를 강조하며 핀테크 전담 조직을 갖추는 등 다가올 IT기업 공세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조직개편을 하면서 시중은행 최초로 ‘핀테크 사업부’를 신설했다. IBK기업은행도 스마트금융부 내에 태스크포스팀(TFT)격인 ‘통합플랫폼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핀테크를 위한 TF를 구성했다. NH농협금융은 스마트워치에서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잔액조회와 거래내역 조회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뱅킹(Wearable Banking)’ 서비스를 출시했다.
모바일뱅킹에 집중해왔던 은행들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은행 권선주 행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규제가 풀리면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NH농협금융 임종룡 회장은 연초 범금융기관 신년 인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사들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핀테크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업계 최초로 쇼핑몰에서 로그인만으로 결제 가능한 ‘원클릭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신한카드는 대리운전, 꽃배달, 퀵서비스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앱카드에서 직접 주문·결제할 수 있는 ‘앱카드 오더’ 서비스를, BC카드는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탭 사인(Tap sign)’서비스를 내놨다.
◇기회? 위기? 혹은 무용론=핀테크 활성화가 은행과 카드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수장들은 대외적으로 핀테크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 경쟁자가 늘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아예 핀테크가 국내에선 큰 호응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핀테크는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말했다. 핀테크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음으로써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역시 28일 “신용카드 시장이 핀테크 열풍에 힘입어 새로운 성장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시장의 생각은 위협 쪽으로 기울었다. 정부의 핀테크 육성 방침 발표 이후 다음카카오, 키움증권 등 관련 주들은 승승장구하는 반면 은행주들은 약세를 보였다. IBK투자증권은 ‘은행과 인터넷 애널이 함께 본 핀테크’ 보고서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회사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IT부문 투자 압력이 강화되고 고객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원하는 만큼 핀테크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해외의 경우 점포망 부족, 일정 금액 이하에 대한 계좌유지 수수료 요구, 카드결제 제한 등과 같은 불편함 때문에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에 열광했지만 한국은 이미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강조하는 것들이 큰 틀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라는 지적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미 일부 카드사들이 제공하고 있던 서비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핀테크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도 “(현재 인터넷뱅킹 수준이라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을 인터넷으로 옮기는 것보다 은행·카드·보험 고객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wide&deep] 대세가 된 ‘핀테크’ 열풍… 기회될까 위기될까
입력 2015-01-30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