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선 KTX ‘서대전 大戰’ 대정부 투쟁 비화

입력 2015-01-30 00:20
오는 4월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KTX)의 서대전역 경유 여부를 놓고 대전과 호남·충북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전은 서대전역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호남과 충북지역은 계획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북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코레일이 제출한 호남KTX ‘서대전역 경유’ 계획안을 국토교통부가 승인할 것으로 알려지자 “8조5000억원 들여놓고 ‘저속철’이 웬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29일 “서대전역 경유는 대한민국 사회의 새로운 시대 흐름을 저해하는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전북도와 전남도, 광주광역시 등 3개 광역 단체장이 공동으로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등을 항의 방문하는 등 강력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날 광주를 방문한 여형구 국토부 차관에게 “이제야 의견 수렴을 한다고 하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윤 시장은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당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또 3개 지자체의 지방의회는 다음 달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여는 한편 청와대 앞 1인 시위와 삭발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전북도의회와 도내 14개 시·군 의장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코레일의 계획안을 즉각 반려하고 국민여론을 분열시킨 코레일 최연혜 사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충북지역 반대 목소리도 크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서대전역 경유를 저지하기 위해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충북도의회도 ‘호남선 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반대 건의안’을 채택했다.

반면 대전은 기존 승객의 편의,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서대전역 정차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전날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만나 서대전 경유 존치에 대해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권 시장은 “하루 5700여명의 출퇴근과 3군 본부 관계자의 신속한 국방행정 업무 추진, 대전과 호남권과의 경제·문화 교류 활성화 등을 위해서 서대전 경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은 공주역 활성화를 주장하며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코레일 계획안은 KTX 개통을 계기로 호남·전라선의 운행 편수를 현재 62회에서 82회로 증편하지만, 이 가운데 18회를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KTX가 오송역에서 익산역으로 직행할 경우 용산∼익산이 66분 걸리지만 서대전역을 통과하면 45분이 더 소요된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지난 27일 호남고속철 개통시기를 당초 3월초에서 한 달 가량 늦추기로 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