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가 최근 국내 정유 및 플랜트 업계 최고의 전문가 40여명을 스카우트하자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정유업계의 고유 기술이나 노하우가 유출되고 각종 석유제품 수출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엔지니어, 정유설비 기술자 등 20여명이 최근 아람코로 자리를 옮겼다.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고 시설을 관리하는 건설업체에서도 약 20명이 아람코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직 인력은 현장에서 20∼30년간 근무한 베테랑 근로자부터 대졸 공채로 입사해 10여년간 근무한 인력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아람코로 옮기며 국내보다 약 2배 많은 연봉을 받고,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호텔급 숙소(방 4개)와 자녀 교육비까지 제공받는 파격적인 혜택을 보장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5년간 석유·화학 플랜트를 2배로 증설한 아람코는 완성된 플랜트를 운영할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 한국 엔지니어들에게 눈독을 들여왔다. 한국은 석유·화학 분야 엔지니어링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석유화학 분야의 불황으로 인한 구조조정 탓에 회사를 떠나는 전문 인력이 많아 채용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 정제나 고도화 설비 관련 엔지니어들이 주 영입 타깃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원유 정제 기술은 대부분 현장 엔지니어들의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각 정유사의 정제시설이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결정적 차이는 공장을 돌리면서 얻게 되는 엔지니어만의 지식이나 고유의 노하우 등 사람 손끝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우리의 고유 기술이나 노하우가 유출될 위기”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과거 원유만 생산하고 각종 석유제품을 수입했던 중동지역이 석유 정제시설을 늘리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시장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그동안 중동의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 경유 등 각종 석유제품을 생산한 뒤 다시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제품 중 40% 정도만 내수로 팔리고 나머지는 모두 수출됐다.
그러나 중동지역 국가들이 최근 원유 정제시설을 크게 늘리면서 한국산 석유제품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이란 등이 10만∼40만 배럴 규모의 석유 정제시설을 건립 중이고 쿠웨이트, 이라크 등도 비슷한 규모의 원유 정제시설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더구나 중동 국가들은 자국에서 생산한 값싼 원유를 정제하기 때문에 한국 제품보다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단독] 사우디, 연봉 2배·호텔급 숙소 파격 제안… 정유업계 인재 빼가
입력 2015-01-30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