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도 믿음 지킨 청년들 얼 기려… 故 손양원 목사 두 아들 순교지 표지판 제막

입력 2015-01-30 03:11
전남 순천에서 29일 열린 고(故) 손양원 목사의 두 아들 동인·동신 형제의 순교지 표지판 제막식에서 임화식 목사(순천 중앙교회)가 손 목사의 딸인 손동희 권사의 헌화 의미를 낭독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손양원 목사.

‘참사랑’과 ‘헌신’의 삶을 살다간 순교자 고(故) 손양원 목사의 두 아들 동인(당시 23)·동신(18) 형제의 순교지 표지판 제막식이 29일 전남 순천에서 열렸다. 형제가 1948년 여수·순천사건 때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좌익 폭도들에 의해 순교당한 지 66년 만이다.

형 동인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우리들의 목숨을 빼앗을 순 있지만 내 신앙을 빼앗을 순 없다. 나는 죽으면 천국 가지만 너희의 죗값은 어떻게 다 치르려 하느냐. 지금이라도 예수 믿고 회개하도록 하라”며 전도를 멈추지 않았다.

순천시기독교선교역사박물관 이사회는 이날 형제의 순교지인 순천 남내동의 한 상가(여순사건 때 경찰서 뒷마당) 앞에서 순천기독교총연합회와 복음엑스포네트워크 후원으로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순천·여수·광양 지역 교계 지도자 및 성도와 조충훈 순천시장,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상가번영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손 목사의 딸이자 동인·동신 형제의 여동생인 손동희(80) 권사가 순교지 표지판에 직접 헌화해 행사장을 숙연하게 했다.

한국기독교선교역사박물관 이사장 주명수 목사는 인사말에서 “꽃다운 청년들이 희생당한 순국·순교의 자리에 기념표지판을 세우게 된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면서 “이 표지판이 후세들의 경천애국 정신을 함양하는데 큰 보탬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복음엑스포네트워크 사업추진위원장 임화식(순천 중앙교회) 목사는 “좌익 폭도들에 의해 순교 당하면서도 형제는 끝까지 서로를 지켜주는 숭고한 사랑을 보여줬다”면서 “무관심으로 방치됐던 순교현장에 표지판을 세움으로써 형제의 거룩한 정신과 얼을 기릴 수 있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시장은 “손동인·동신 형제의 순교지 표지판 설치는 순천시의 기독교 유산에 소중한 가치를 더하는 것”이라며 “호남 기독교 선교의 발원지라는 순천의 종교적 정체성 확립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도 “손 목사와 두 아들의 순교를 통한 사랑과 희생이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큰 교훈으로 새겨지기 바란다”고 전했다.

표지판이 설치된 지역은 유서 깊은 선교 현장인 매산등 스토리텔링 코스로 이어져 있다. 이곳에는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코잇·프레스톤·크레인 가옥, 메모리얼 공원, 묵상의 숲 및 조지 와츠 기념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순천=글·사진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