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이 백지화되면서 ‘슈퍼리치’의 건보료 인상도 물 건너갔다. 지금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기준에 상한선이 있어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건보료가 일정액 이상 오르지 않는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은 이 문제를 개편안에서 다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직장·지역가입자에게 건보료를 부과할 때 기준이 되는 소득·재산에는 상하선과 하한선이 있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 상한선은 월 7810만원, 하한선은 월 28만원이다. 월 소득이 7810만원을 넘어가면 아무리 많은 임금을 받아도 건보료가 월 233만9090원에 묶인다. 지역가입자도 마찬가지다. 소득과 재산을 가구별로 점수화해 1만2680점을 초과하면 월 보험료가 222만6600원으로 동일하다.
지난해 보수가 공개된 대기업 등기임원의 경우 연봉이 300억원이든 50억원이든 건보료는 똑같이 233만9090원을 냈다. 반면 소득 상·하한선 내 모든 직장가입자는 소득의 5.99%(절반은 회사가 부담)를 건보료로 낸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상한액을 내는 직장가입자는 2803명, 지역가입자는 483가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료 상한액 인상은 오랫동안 논란이 된 사안이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2013년 4월 15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에서 “(연간) 5억원을 받는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건보료를) 1%도 안 내는 것”이라며 “이것(상한선)을 폐지해주는 게 여러 가지 면에서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당시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그렇게 하면 (기여금 성격인) 건보료가 세금과 성격이 같아진다”며 난색을 표했다. 다른 복지부 관계자도 “1999년까지 상한선이 없다가 2001년 상한선 적용이 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02년부터 다시 상한선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복지위 소위는 이 문제를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더불어 다루기로 정리했다. 하지만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마련한 안에는 상한선 얘기가 빠져 있다. 당시 복지부는 “상한선을 올리는 문제는 충분히 검토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이에 관한 언급도 없다. 현재 직장가입자의 소득 기준 상한선(7810만원)은 2011년 6579만원에서 오른 것이다.
일각에선 기획단이 지나치게 급진적 안을 추진할 경우 저항이 커질 수 있어 일단 ‘일반적 고소득자’ 45만명에 대한 부담 증가부터 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어찌됐든 정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중단을 선언하면서 결국 슈퍼리치와 일반 고소득자 모두 기존의 보험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건보개혁 백지화 논란] 대기업 임원 등 ‘슈퍼리치’들 계속 혜택
입력 2015-01-30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