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노재경] 한국교회, 30년 그림을 다시 그리자

입력 2015-01-30 01:46

흔히들 ‘교회가 희망이다’라고 말한다. 과연 지금 교회가 희망인가. 교회와 기독교를 분리해서 말해야 할 지경은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다. 생명을 살리는 영원한 복음이 있고 하나님의 성령이 교통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희망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난 22일 미국원자력과학회는 인류문명 종말의 시계를 12시 3분 전으로 옮겨 놓았다. 2012년 5분 전에 놓여 있던 시계가 2분 앞당겨진 것이다. 이유는 통제되지 않는 기후 변화와 핵무기의 현대화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로 인한 식료품 감소, 자연재해, 국가간 분쟁 등으로 불안정성이 증대됐다.

한 공동체의 미래 시나리오를 이야기할 때 흔히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공동체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어도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문제들이 묻힌다. 두 번째는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현상유지다. 네 번째는 변형되는 공동체다. 침체와 붕괴 중에서 변혁 포인트를 찾아 공동체의 혁신을 꾀함으로 새로운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속한 신앙 공동체인 한국교회는 어떤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교회가 가르치고 있는 양식·가치는 한국 사회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집합적 요구·추구하는 삶의 양식과는 큰 괴리가 있다. 그래서 옛 패러다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치밀한 분석과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한 미래연구소에서 근현대사회의 흐름을 분석하고 이렇게 구분했다. 1900년에서 1940년을 생산사회로, 40∼80년을 소비사회로, 80년부터 2020년까지를 문화 연예사회(Entertainment Society)로, 2020년부터 2060년까지를 교육사회로 분류했다. 이런 흐름 위에서 교회가 주목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성주의와 과학주의가 발달하면서 어떤 사람들은 종교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뉴에이지 현상 등 종교성은 오히려 더 문화의 옷을 입고 들어오고 있다. 문화적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의 삶 속에서 영성은 떠날 수가 없는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종교성은 존중 받아야 하고 오히려 귀하게 여겨져야 한다.

교회 책임은 여기에 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마음속에 심어 놓은 창조주의 자리를 세상과 사탄에게 빼앗기지 않고 회복하는 것이다. 유의할 점은 사회가 갖고 있는 교회에 대한 시각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사회학 이론 가운데 1%의 사람만이 미래를 준비한다는 말이 있다. 교회는 이제 이 1%의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왜냐하면 좁쌀 한 알 속에도 우주가 들어 있듯이 모든 사람의 생명이 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명은 세상에 딱 한 명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세상을 따라가면 안 된다. 앞서 준비하고 먼저 걸어가야 한다. 적어도 30년 이후는 생각해야 한다. 즉 한 세대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당장의 부흥과 행복을 떠나 모세가 먼발치에 서서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바라봤듯 하나님의 관점에서 미래를 바라보며 오는 세상을 응시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제는 주님께 드릴 기독교 미래 보고서 정도는 하나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노재경 목사(예장합동 총회교육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