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26·인천시청)의 도핑 파문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수영스타가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국민들은 점차 이번 파문과 관련해 잇따라 제기되는 문제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고의 미스터리는 과연 박태환이 ‘네비도’ 주사를 모르고 맞았는지 여부다. 네비도에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상시 금지약물로 규정한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이 들어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강화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육상, 수영, 사이클 선수들이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손을 댔다가 적발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네비도의 주의사항에는 “이 약을 이용할 경우 도핑 테스트에 양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문구까지 기재돼 있다.
박태환은 의사의 잘못으로 자신이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박태환의 소속사인 팀GMP는 지난 7월 무료로 척추교정치료와 건강관리를 해주던 병원에서 맞은 주사에 금지약물이 포함됐었다며 해당 병원을 고소했다. 그런데 박태환은 2013년 12월에도 해당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병원은 당시 같은 약을 투여했지만 그로부터 두 달 후 있었던 국내 도핑 테스트에선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은 오는 2월 27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도핑방지규정 제4조 1항에 따라 선수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였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현재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금지약물 복용 선수에게 부과되는 최대 4년까지의 자격정지 기간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FINA 홈페이지에는 최근 도핑 검사에서 적발돼 징계가 확정된 선수들의 사례가 게시돼 있는데, 박태환처럼 테스토스테론 계열 약물이 검출된 선수들은 대부분 자격정지 2년 징계를 받았다. FINA는 도핑에 대해 2년을 기준으로 해 정상 참작 가능한 사정이 있으면 줄이고 가중 처벌 요건이 있으면 4년으로 늘린다. 지난해 중국의 수영 스타 쑨양은 도핑 검사에서 혈관확장제인 트리메타지딘 성분이 나와 자격정지 3개월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쑨양은 평소 좋지 않은 심장 때문에 트리메타지딘이 함유된 약제를 복용했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해 징계를 최소화 했지만 박태환은 FINA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태환은 FINA 청문회와 관계없이 훈련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앞으로 훈련할 장소나 일정, 코치 계약 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해온 박태환은 최근 새 전훈 장소로 미국을 둘러보고 왔다. 일각에서는 호주를 떠나 미국을 전훈지로 알아본 것이 도핑에 적발된 영향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박태환 측은 “변화를 주려고 했던 것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박태환 도핑 파문 2R ‘네비도 주사’ 정말 모르고 맞았나?
입력 2015-01-30 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