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요즘 길에 떨어진 동전보다 찾기 어려운 물건이 두 가지 있습니다. 편의점의 허니버터칩과 백화점의 요괴워치입니다.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어렵지 않게 실감할 수 있습니다. 골목마다 있는 편의점의 스낵코너에서 텅 빈 진열대는 오직 허니버터칩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괴워치는 다릅니다. 알만한 사람만 아는 희귀품입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수요가 집중돼 있습니다. 허니버터칩은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요괴워치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손에 안겨줄 때까지 자녀의 독촉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괴워치는 2013년 1월 일본에서 출간한 만화 원작의 장난감입니다. 만화는 초등학교 5학년생인 주인공이 손목시계인 요괴워치를 차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소한 실수부터 큰 사고까지 생활 속 모든 불운이 요괴 때문이라고 믿는 일본의 무속신앙을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만화책, 애니메이션, 게임, 장난감 시장을 노리고 여러 회사들이 합작한 캐릭터 상품입니다. 출판은 쇼가쿠칸, 방송은 TV도쿄, 게임은 닌텐도, 장난감은 반다이가 맡았습니다. 일본의 캐릭터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회사들이죠.
문제는 장난감에서 발생했습니다. 생산과 유통 과정이 다른 합작 업종들보다 복잡한 장난감은 폭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 때문이었죠. 1990년대 다마고치, 2000년대 포켓몬스터의 열풍을 2010년대에서 요괴워치가 물려받은 모양새입니다. 일본에서는 1인당 1개 판매의 원칙까지 세워졌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란을 겪은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일본 내수용도 품절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출용은 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판매가는 3만5000원이지만 중고시장 거래가는 10만원 이상으로 불었습니다.
19일 반다이코리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판매 예정일을 묻는 부모들의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대부분 자녀의 생일이 다가오거나 설날 및 신학기 선물을 준비하는 경우입니다. 소비자 커뮤니티사이트가 아닌 업체 홈페이지로 이렇게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가 판매를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만큼 부모들의 마음이 급하다는 것이겠죠. 같은 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요괴워치로 요동쳤습니다.
부모들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연령층은 요괴워치에 냉랭한 시선을 보냅니다. 그동안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금세 사그라질 열풍에 부모들이 전전긍긍한다는 냉소입니다. 웃돈으로 구할 가치가 있는 물건은 아니라는 것이죠. 한 네티즌은 “학창시절에 다마고치를 사달라고 부모에게 조른 세대가 포켓몬스터 열풍을 조롱하더니 이젠 요괴워치를 찾겠다고 백화점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고 했습니다. 지금 다마고치와 포켓몬스터는 어디에 있나요.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장난감계 허니버터칩’ 日 요괴워치… 중고 거래가 폭등 부모들 ‘발 동동’
입력 2015-01-30 02:11